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난관에 봉착한 검찰의 '함바 비리' 수사가 이번주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여환섭)는 지난해 말 강 전 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이 함바 운영권 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이들을 출국금지 조치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여기에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과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도 출국금지되면서 검찰수사가 탄력을 받아 경찰 수뇌부를 넘어 정관계로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 13일 법원이 강희락 전 청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이 검찰 수사에 암초로 작용했다.
법원이 강 전 청장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충분한 소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검찰 안팎에선 수사확대는 고사하고 경찰의 전현직 고위간부 수사도 힘들어지게 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브로커 유씨가 일부 경찰관에게서 강 전 청장과 친분을 미끼로 거액의 금품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강 전 청장에게 인사 청탁을 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건설 경기가 꺾이면서 유씨가 어려운 처지에 몰리자 사업을 유지할 자금을 확보하려고 승진에 목맨 일부 경찰관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을 개연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유씨가 경찰 인사철에 강 전 청장과 만남을 전후로 인사 대상 경찰관들과 수십차례 통화를 했다는 통화기록을 근거로 강 전 청장이 분명히 유씨의 인사청탁을 받았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검찰이 강 전 청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법원에 제출한 유씨의 통화기록에는 유씨가 강 전 청장을 만나기 수분 전까지 인사 대상자들과 전화 수십통을 주고받았으며, 강 전 청장과 헤어진 직후에도 수차례 통화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보강조사를 통해 강 전 청장이 유씨에게서 인사청탁을 받았다는 혐의 사실을 더 구체적으로 보완해 이르면 이번주 초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의 첫 단추인 강 전 청장 구속에 실패한다면 전현직 경찰 수뇌부를 겨냥한 수사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보고 강 전 청장과 유씨의 대질신문 등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의 상당 부분이 고령에다 건강이 안 좋은 유씨 진술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가 길어질수록 '성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중순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유씨는 3개월 가까이 이어온 수감 생활로 지병인 고혈압과 당뇨가 크게 악화한 상황이라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검찰은 16일 수사 선상에 오른 전현직 경찰 고위간부 중 김병철 전 울산경찰청장을 불러 유씨와의 관계, 금품거래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