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고 있는 물체가 딱딱한지, 부드러운지에 따라 앞에 있는 상대를 남성적으로, 또는 여성적으로 인식하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밝혀져 촉각이 뇌의 사회적 정보처리와 관련돼 있다는 가설에 힘을 더해주게 됐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미국 터프츠대학 과학자들은 피실험자들에게 딱딱한 공, 또는 말랑말랑한 공을 쥐게 하고 중성적인 모습으로 수정한 얼굴 사진들을 보여준 뒤 이들의 얼굴을 '남성' 또는 '여성'으로 분류하도록 주문했다.
실험 결과 딱딱한 공을 쥐고 있던 피실험자들은 화면의 얼굴을 남성으로 분류한 비율이 10% 더 높았고 부드러운 공을 쥔 피실험자들은 화면의 얼굴을 여성으로 분류한 비율이 더 높았다.
또 다른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같은 얼굴들을 보면서 '남성', 또는 '여성' 항목에 동그라미를 칠 때 단추를 세게, 또는 가볍게 누르라는 주문을 받았다. 이 실험에서도 결과는 같게 나타나 세게 누르도록 지시받은 사람들은 얼굴을 남성으로, 가볍게 누르도록 지시받은 사람들은 여성으로 지적하는 비율이 높았다.
연구진은 이런 실험 결과는 '남자는 딱딱하고 여자는 부드럽다'는 성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촉각과 타인에 대한 인식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연구들도 나와 있다. 예를 들어 따뜻한 커핏잔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상대를 '따뜻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았고 손을 씻는 행위가 사람들의 죄의식을 지워주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는 사람은 주어진 주제나 과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언어와 은유에서도 흔히 나타나는데 '따뜻한 사람', '억센 사람' 따위가 바로 물리적인 지각 경험에서 나온 표현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우리의 지식은 컴퓨터가 지식을 축적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우리의 마음에 쌓인다. 우리가 느끼는 감각은 남성성이나 여성성 따위의 추상적인 개념에 관한 지식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심리과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됐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