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잠 못 이루는 104마을 주민들
여러분, 달동네 가보셨나요? 지난 일요일, 서울에 남아 있는 마지막 달동네로 알려진 중계동 '104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시 중계동 산 104번지. 주소 이름 그대로, 마을 이름입니다.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파른 비탈길을 굽이굽이 올라가면 판잣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그런 마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처음 만난 주민은 66살 박모씨. 박씨 부부는 연탄 대신 기름보일러를 쓰고 있었는데요, 최근들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최근 월동 물가가 치솟고 있는데, 고유가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난방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해는 2백 리터짜리 기름 한 통을 20만 원이면 구입했는데, 올해엔 24만 5천 원을 줘야 살 수 있을 정도. 그나마 겨우 들여놓은 기름은 아끼고 아껴 써도 보름이면 바닥이 납니다.
제가 찾아간 날도, 서울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7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추운 날씨였는데요, 박씨 부부네 집 실내 온도는 놀랍게도 8도에 그쳤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간 제 발바닥이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거실 바닥에 냉기가 흘렀습니다. 자식들한데 조금씩 생활비를 얻어 쓰고 있는 박씨네 부부는 기름 값이 올랐다는 말을 차마 아들한테 하기가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이웃집에 사는 80살 김 모 할머니는 기름 한 통에 25만 원이나 한다는 얘기를 가게에서 듣고, 기름은 사지도 못하고, 대신 연탄은행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연탄만 잔뜩 집으로 갖고 왔습니다.
보일러 틀 엄두는 안 나고(올 겨울 기름보일러를 한 번도 못 틀었다고 하네요. 난방비 때문에..ㅠㅠ),
대신 생각해낸 게 예전에 사용하던 연탄난로였습니다. 하지만 이 연탄 난로도 부엌에 있어 그 주변만 따뜻하고, 방 안은 냉골이었습니다. 방 바닥에는 전기장판을 밤낮으로 틀어 놓아야 추위를 버틸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김 할머니는 방 안에서도 두툼한 잠바를 입고 있었습니다. 방 안에 온열기도 하나 있었는데요, 이건 전기요금이 많이 나와서 거의 틀지 못한다고 하네요.
저소득층은 한달 소득에서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서, 연료비가 오를 수록 서민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더 클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 104마을 주민들은 이번 겨울 난방비 걱정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이들은 몸도 마음도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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