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에게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은 안식과 휴식의 공간이다. 힘든 일을 하다가 맞는 점심과 저녁시간, 그리고 중간에 먹는 참에 함바집에선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으며 때론 일과를 마친 뒤 술까지도 한 잔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 대상의 함바집이 '화약고'로 변모되고 심지어는 '지뢰밭'으로까지 변질되어 이에 연관되고 연루된 사람들의 심장을 흔들고 있다. 브로커와 건설사 대표 간의 야합의 존재로 부각된 함바집 운영권을 둘러싼 비리 의혹은 급기야 청와대로까지 그 불똥이 튀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고위 공직자들을 상대로 무차별 로비를 퍼부었던 유모씨의 함바집 운영을 둘러싼 로비의 대상과 규모, 또한 그 치밀하고 교묘한 수법이 드러나면서 청와대의 현직 민정수석실 감찰팀장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유 씨가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한 인물들은 이미 경찰군(群)을 넘어 국회의원과 공기업에 근무하는 공직자 등 무려 30여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이는 전방위적 로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 말미암아 어젠 전직 경찰총수가 검찰에 불려나오는 수모를 당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익히 아는 상식 중 하나가 바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하물며 많이 배웠고 고위직과 요직에 포진한 인사들이 이를 모를 리는 없었을 것였다. 뇌물은 쥐약이며 또한 자신을 망치는 부메랑의 비수와도 같은 판도라 상자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아님 알고도 그러했을까?
아마도 자신의 지위가 영원불멸할 줄 착각했을 거란 결론이 성립된다. 상호간의 은밀하게 주고받은 청탁성 뇌물이니만큼 죽을 때까지 함구하겠노라는 약속이 아닌 되레 공수표를 믿은 귀결이기도 하다.
대저 뇌물을 준 사람은 후일의 안전판과 보험적 성격,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자신에게서 뇌물을 받은 자를 기록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구속까지 된 마당에 있어선 작심하고 '몽땅 다 불어버리는' 개연성과도 일맥상통하게 마련이다. 공직에 있는 이들이 뇌물을 먹어선 안 되는 이유, 뇌물은 여전히 쥐약이자 판도라 상자인 까닭이다.
홍경석 SBS U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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