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0원 마노핀 커피를 처음 발견한 건 3개월 전쯤 서울역에서였습니다. 790원에 컵 값 100원을 더해 890원을 내고 마셔본 아메리카노는 여느 커피전문점과 다를 바 없이 괜찮은 맛이었습니다. 이런 가격파괴가 아직까지 기사화되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사실 마노핀이라는 브랜드가 출범했던 당시 이 커피의 원래 가격은 2500원(아메리카노)이었습니다. 미스터피자가 피자 프랜차이즈 성공을 바탕으로 머핀과 커피를 결합한 새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 2009년 4월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매출이 시원찮자 마노핀은 승부수를 던집니다.
머핀에 비해 비교적 원가가 싼 커피의 값을 내릴 수 있는 만큼 한번 내려보자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머핀을 더 많이 팔아보자는 거였죠. 내부 반대가 심했으나 최고위층의 힘든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2009년 10월 마노핀은 테이크아웃점(마노핀 익스프레스)에 한해 커피값을 790원으로 바꿔 박리다매에 나섰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갑자기 매출이 13~14배 뛰었습니다. 특히 서울시내 마노핀 익스프레스 5곳 가운데 종각역점은 하루에 천 잔 넘게 팔리는 대박을 냈습니다. 다섯 개 지점 평균 7~800잔이 매일 팔렸고요, 이제 커피와 머핀의 매출액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사실 커피 가격을 인하할 때 마노핀은 한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마노핀은 스타벅스 수준의 인테리어와 좌석을 갖춘 '마노핀 지까페(G-CAFE)와 테이크아웃 전문점인 '마노핀 익스프레스', 이 두가지 형태로 운영돼 왔는데요, 익스프레스에서는 아메리카노를 790원에 팔 수 있었지만, G-CAFE에서는 불가능했습니다.
익스프레스의 경우 임대료가 월세 천만원 전후이고 인테리어와 장비값도 2-3천만 원에 불과하지만 'G-CAFE'의 경우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이 10배 이상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3500원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진짜 커피값 790원에 더해 자리값 2710원까지 받을 수밖에 없는 수익구조인 거죠.
마찬가지로 스타벅스나 커피빈과 같은 훌륭한 인테리어와 좌석을 갖춘 곳은 3-4000원을 받지 않으면 수익구조가 성립하지 않더군요. 스타벅스의 매장 중 절반 정도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머지않아 커피전문점들이 우후죽순 들어서 포화상태에 이르면 현재 가격 수준으로도 적자를 보는 가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결국, 문제는 테이크아웃 커피입니다. 던킨도넛이나 미스터도넛 등 일부 업체는 테이크아웃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좌석을 갖춘 일반 매장과 커피값을 똑같이 약 3천원으로 받습니다.
마노핀이 실행한 가격파괴의 핵심은 '커피전문점의 거품'이 아니라 '테이크아웃 매장의 거품'을 빼보자는 거였습니다.
790원 '통큰 커피'를 보며, 소비자들이 커피값과 자리값을 구분해서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수익구조를 볼 때 커피전문점의 커피는 못 내려도 테이크아웃 매장의 커피 가격은 내릴 수 있어 보입니다.
또 최근 일부 커피전문점에서 좌석에 앉지 않고 테이크아웃만 해가는 고객에겐 커피를 할인해주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SBS) 앞 오목교역 부근에 있는 썬투커피(suntwo coffe)란 매장이 테이크아웃 커피는 30% 할인을 해주고 있더군요. 이런 가격정책도 더 널리 퍼져 커피거품이 합리적으로 빠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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