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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울음소리가 자꾸들려요" 살처분 스트레스

입력 : 2011.01.07 11:00

불면·손발저림·심지어 극단적 생각까지
이천 정신보건센터, 방역 공무원·축산농민 상담 이어져


지난 6일 경기도 이천시 정신보건센터로 방역 공무원 한 명이 찾아왔다.

"살처분한 돼지 울음소리가 자꾸 들려요. 잠도 안 오고 가슴이 답답한 게..."

구제역이 발생한 이천시 방역현장에서 근무하는 이 공무원은 돼지 수천마리를 살처분하면서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눈을 감으면 살처분된 돼지의 모습이 떠오르고 귀를 찌르는 듯한 돼지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해 밤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또 한 달 넘게 이어진 격무로 인해 피로가 쌓여 손발이 저리고 가슴이 답답한 신체적 이상증세도 보였다.

이 공무원은 "자꾸 무기력해지고 심지어 극단적인 생각마저 하게 된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앞서 센터로 전화 상담을 했다는 한 축산농민은 자식처럼 키우던 소를 잃은 뒤 겪는 상실감을 드러냈다.

이 농민은 "살처분 이후 자꾸 소의 모습이 떠오른다"면서 "잠도 못 자고 식은땀이 흐른다"고 말했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구제역 관련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상담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들어온 상담 건수는 모두 6건. 이 중 5명이 공무원이고 1명이 축산농민이다.

그러나 밤낮없는 방역작업이 진행되는 와중에 공무원과 축산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상담을 받기가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드러나지 않은 PTSD 환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센터는 구제역 살처분에 투입된 공무원과 축산농민들에게 자가 척도검사 질문지를 배포해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자가 척도검사는 '자꾸 살처분 장면이 생각나는가', '잠을 설치는가', '짜증이나 화가 나는가' 등 22개 각 문항을 0~3점으로 매겨 24점이 넘으면 상담을 받을 것을 권장한다.

상담은 우선 이천시 정신보건센터장인 성안드레아신경정신병원 최용성 진료부장이 진행하고 증세가 호전되지 않을 땐 정신과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좋다.

이 센터 조명제 팀장은 "PTSD를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상증세가 계속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경우는 구제역 살처분으로 인해 급성스트레스가 발생한 것이어서 스트레스를 낳는 상황에서 벗어나면 자연히 치유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만성으로 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이 당장 끝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심리적 어려움이 있다면 주저 말고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당부했다.

PTSD와 관련된 상담은 사전 예약 후 매주 월.목 오후 1시30분~4시 이천시정신보건센터 내 외상후 스트레스 상담창구에서 진행된다. 전화 문의는 이천시보건소(☎031-644-4081) 또는 정신보건센터(☎031-637-2330).

근무시간 외 상담은 24시간 운영하는 경기도광역정신보건센터(☎1599-0199)를 이용하면 된다.

(이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