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환자를 최고로 대접하라!" 이는 1957년 한국에 선교사로 온 미국인 알로이시오 몬시뇰(1930~1992) 가톨릭 부산교구 사제가 입버릇처럼 한 말이다. 그러나 정작 돈이 없고 가난한 환자들은 병원에 맘대로 올 수 없었다. 예나 지금도 매한가지겠지만, 돈이 없는 가난한 자는 변변한 치료조차 못 받은 채 죽는 날만 기다리는 경우가 잦다.
자본주의 국가의 어떤 병폐이자 폐해이기도 한 이러한 현실은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하는 즈음의, 반드시 풀어야만 할 국가와 사회적 숙제이기도 함엔 틀림이 없다. 여하튼 몬시뇰 사제의 '또 다른 신앙'에 따라 설립된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 소재 '마리아수녀회 도티기념병원'은 지난 28년간 시설아동과 부랑인, 외국인 근로자 등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이 치료비 걱정 없이 누구나 찾을 수 있도록 병원의 문턱을 대폭 낮춰 '가난한 환자들의 안식처'로 불리는 곳이다.
그 결과, 이 병원에선 그동안 197만 명이 진료를 받았고 또한 3만 7,000명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이 병원에서의 수술과 입원비는 모두 무료였다. 그렇다면 솔직히 말하건대 '돈을 벌자고' 치열하게 공부하여 의사가 된 이들은 과연 무얼 먹고 산단 말인가에 의문의 닻이 정박하게 마련이다. 근데 이는 몬시뇰 사제의 그 숭고한 자선사업을 후원해 온 골드만삭스의 전 중역인 조지 도티 부부의 재정적 후원과 그 가족의 후원금 외 기업 및 개인의 후원금 등이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로 연간 30억 원이 넘는 이 병원의 운영이 현재도 가능한 것이다. 이 병원의 상근의사는 대부분 서울대 의대를 나온 선·후배들이라고 한다. 이들의 유치를 위해 마리아수녀회의 원장 수녀님(들)은 삼고초려(三顧草廬)조차 마다치 않고 집요하게 매달렸다. "우리와 함께 가난한 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도와달라!"고.
1989년 아산 정주영 재단 설립자의 뜻에 따라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해왔거나 효행을 실천해온 개인, 그리고 단체를 찾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바로 제 '아산상 시상식'이다. '22회 아산상'에서 도티기념병원이 가장 큰 수상자가 되었다. 삭막하고 춥기만 한 이 시대에도 천사들은 있다는 사실을 새삼 발견하게 되어 훈훈한 맘이 가득하다.
홍경석 SBS U포터
https://ublog.sbs.co.kr/casj007(※ 이 기사는 '아산사회복지재단'에도 송고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