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들이 2011년 새해 벽두에 일본 한 신사(神社)에 모여 한국식으로 제사를 지냈다.
5일 한일 고대사 연구모임인 '고대로망모임' 대표 강신영(47.여)씨에 따르면 참석한 이들은 강씨와 민단 오사카(大阪) 야오(八尾) 지부 단장인 박 청씨, 가야금 연주자인 김정현씨 등 재일동포와 일본인 17명이다.
이들은 지난 1일 오전 8시30분께 오사카부 하비키노(羽曳野)시 아스카(飛鳥) 마을에 있는 아스카베(飛鳥戶)신사에서 제사를 지냈다.
아스카베 신사에 모인 이유는 이곳이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곤지왕자(崑枝王子)를 모시는 곳이기 때문. 곤지왕자는 기록에 따르면 백제 무령왕의 양부나 할아버지로 적혀있는 인물이다. 일본에서는 '곤지왕(昆伎王)'이라고 부른다.
아스카(飛鳥) 마을은 백제계 '아스카베노 미야쓰코(飛鳥戶造)' 일족이 살고 있는 곳이고, 아스카베 신사는 일족의 조상신인 '아스카 오가미'(飛鳥大神)를 제사지내고 있다. '아스카 오가미'가 바로 곤지왕자이다.
제사는 신사 사당에 한국식 제물인 막걸리와 사과, 대추, 나물, 부침개 등을 차려놓고 한복을 입은 참석자들이 술을 한잔씩 따른 뒤 큰절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제단에는 '顯考昆伎王神位'라고 한국식 지방(紙榜)을 써붙였다.
제사에 앞서 김정현씨의 가야금 연주로 곤지왕자의 혼령을 불렀다. 동포들이 제사를 지내기 전에는 곤지왕자의 후손인 지역 주민들이 30분간 일본식으로 정월 제사를 올렸다.
이날 제사는 지역 주민들이 한국식으로 제사를 올리겠다는 동포들의 뜻을 받아들임으로써 이뤄졌다.
아스카베 신사 신도 대표인 나카무라 도시미씨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우리들은 일본에 동화됐지만 도래인(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같은 조상을 일본인은 일본식으로, 한국인은 한국식으로 제사를 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식 제사를 주도한 강 대표는 "곤지왕자가 한국에서 건너왔다는 사실을 아는 지역 주민들의 호의와 한일 친선을 바라는 심정으로 한국식 제사를 지냈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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