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8뉴스에 "쇼핑몰에서 구매사기 뒷북 수사가 피해 키웠다 "를 보도했습니다. 현재까지 경찰에 접수된 피해자만 200여 명. 액수도 1억 원 가까이 됩니다. 더 화나는 것은 경찰의 대응이죠. 처음 신고했던 일부 피해자들이 진정을 취하했다고, 사기 사이트인지 확인도 안 해보고 쇼핑몰 운영자의 계좌 거래 정지를 풀어줬습니다.
쇼핑몰 업주 ip주소가 중국으로 돼 있고, 아르바이트 모집도 중국에서 하는 등 '냄새가 풀풀' 났는데도 말입니다. 보도가 나간 뒤에는 경찰이 뭘 잘못했냐며 책임자가 항의 전화까지 하더군요. 제발 시민/소비자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해보시기를 간곡히 권해드립니다.
그러나 오늘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려는 것은 경찰 비판이 아닙니다. 넓게 보면 '언론사'라고 부를 수도 있는(그러고 싶진 않지만), 일부 '찌라시'들의 도를 넘은 행태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사기 쇼핑몰 택한 이유?: '언론'을 믿었다!
제가 만나본 사기 쇼핑몰(K-마트) 피해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모 신문사의 '소비자 대상' 때문에 속았다고 말했습니다. 언론사에서 '소비자 대상'으로 선정하고 언론사 홈페이지에 기사까지 써 줄 정도면 믿을만한 곳 아니냐고 생각했답니다.
도대체 어떻게 기사를 썼나 싶어서 찾아봤습니다. 예상대로 해당 언론사는 사기 쇼핑몰을 찬양하는 기사를 홈페이지에서 내렸더군요.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해 어렵게 '소비자 대상' 선정 업체 K-마트에 대한 기사를 찾아 낼 수 있었습니다. 기사 내용 일부입니다.
"서울 송파구에 살고 있는 권00(23세) 씨는 집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컴퓨터를 켠다. 각종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그동안 구매를 고민해 온 아이팟을 주문하기도 하고, 화장품 판매 사이트에서 필요한 화장품을 주문하기도 하며, 그 밖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인터넷을 통해 구매한다.
현대인들은 오프라인 쇼핑보다 온라인 쇼핑 구매 빈도가 훨씬 더 늘어났을 만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을 즐기고 있다. 현대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온라인 쇼핑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때, 다양한 디지털, IT제품 및 가전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케이마트’(대표 김00)가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 최저가 쇼핑몰 ‘케이마트’(www.kmartkorea.com)는 대한민국 소셜커머스 업계 1위를 목표로 가전, 가구, 레저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며, 최근 [00000닷컴 2010년 하반기 소비자경영대상] 온라인 쇼핑몰 부문에 선정되어 더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기사만 보면 정말 훌륭하고 멀쩡한 쇼핑몰입니다. 기사를 더 읽어 내려가보니 유행하는 '소셜 커머스'라는 개념까지 동원해 정성스럽게 치장을 해주더군요. 기사 안에 친절하게 쇼핑몰 링크까지 달아놓았으니, 저라도 한 번쯤은 링크를 눌러 쇼핑몰을 방문했을 것 같습니다.
'소비자 대상' 선정 언론사와의 대화
도대체 왜 이런 '대상'이 수여되고, 왜 이런 기사가 출고됐을까요? '소비자대상'을 선정하는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기자] : 소비자 대상 선정 기준이 뭐에요?
[담당자] : 아 저희가 서류 심사랑, 쇼핑몰 사이트 검사 등을 해서....
[기자]: 실사는 안 하시고요?
[담당자] : 네 실사는 안 합니다.
[기자] : 보니까 상받은 곳도 100곳도 넘던데..너무 허술한 것 아닌가요?
[담당자] : 아, 네 기자님. 저희가 뭐 '소비자대상'이라고 해서 진짜 '베스트'를 뽑자는 게 아니고요. 저희는 그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마켓팅'과 '홍보'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상이기 때문에...
[기자] : 그럼 돈만 주면 선정해주는 건가요..
[담당자] : ......
[기자] : 기사도 실렸던데 취재는 해보고 쓰신 건가요?
[담당자]: 저희가 직접 취재해서 쓰는 건 아니고요, 그 쪽에서 자료를 보내오면 토대로..
[기자]: 도대체 소비자 대상 신청하려면 얼마 내면 되나요?
[담당자]: 네, 20만원 받고 있습니다.
홍보비 20만 원만 내면 '대상'으로 선정해주고 '기사'를 써주는 것이 '소비자 경영 대상'의 실체였던 것입니다. 일부 언론사의 경우 암묵적으로 기사와 광고비를 주고 받은 어두운 관행도 있다는 것, 못들어본 얘기는 아니지만, 이름을 알만한 언론사가 이렇게 대놓고 '기사'와 '상장' 장사를 하는 줄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받은 돈이 얼마라고요? 20만 원? 덕분에 수백 명 소비자들은 억대의 돈을 날렸습니다.
'소비자 대상'은 사기 수단?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른바 언론사 선정 '소비자 대상' 대해서 이미 쇼핑몰 업계 관계자들은 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 전자 거래 보증보험을 제공하는 업체 관계자와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이 업체도 K-마트에 속아 보증보험을 제공했다가 뭔가 수상한 낌새를 차리고 계약을 해지한 곳입니다. 어떤 것을 보고 K-마트가 사기인지 알았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소비자 대상' 있잖아요. 거기에 기사 뜨는 순간 우리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거든요. 그거 사기 쇼핑몰들이 전형적으로 써먹는 수법이에요. 돈 몇 푼만 주면 재빨리 고객 모을 수 있으니까요.. 저희는 기사 뜨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K-마트에 대해 집중 모니터링 들어갔어요.
20만 원 받고 '소비자 대상' 주고, 이른바 '기사'까지 써준 언론사에게 말씀드립니다. 당신들이 하고 있는 것은 엄밀히 말해 사기입니다. 소상공인 홍보 기회 준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제발 그만 하십시오. 정 그러고 싶다면, '이 주의 신생 업체' 정도로 이름을 바꾸시든가요. '소비자'들은 사기 쇼핑몰에 '대상'을 준 적이 없습니다. 언어와 기사를 가지고 계속 장난을 칠 생각이면 언론사라는 이름부터 제발 내려놓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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