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사 기자들은 인터넷 게시판과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체크하기 바쁩니다.
사람들 사이에 유통되는 소문들이 가장 빨리 알려지고, 관심을 모으는 동영상이나 사진들이 가장 신속하게 유포되는 곳이니까요. 요즘은 어디에 불났다, 어디서 누가 숨졌다 못지 않게 '트위터에 뭐가 화제다', '유투브에 00녀 동영상이 떴다'를 잘 챙기는 것이 사건기자의 덕목이 돼 버렸습니다.
경찰서와 소방서,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을 누비던 기자들이 이제 트위터와 유투브, 페이스북과 싸이월드도 부지런히 훑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동영상'은 방송 기자들이 도저히 그냥 지나칠수 없는 기사 거리입니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가 직접 생생한 영상을 찍어 올리는 데, 어떤 방송기자가 탐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데스크(팀장)들은 이런 영상이 눈에 띌 때 마다 당장 방송 기사로 제작을 하라는 당연한 지시를 합니다.
화제가 됐던 '지하철 성추행남 동영상' '지하철 폭행남 동영상' 그리고 얼마 전 '지하철 막말녀 동영상' 모두 지상파 뉴스의 주요 뉴스로 보도됐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뉴스를 제작할 때마다 꺼림칙함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제일 먼저 혹시 영상이 조작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입니다.
실제로 올해 초 모 방송사는 110년만의 폭설을 맞아 거리에서 스키를 타는 인터넷 동영상을 그대로 보도했다가 망신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조작이었으니까요.
몇 년 전 화제가 됐던 이른바 '지하철 감동의 결혼식 동영상'도 뒤늦게 연출로 판명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터넷에 화제가 되는 동영상마다 철저한 사실 검증 과정을 거칠 수도 없습니다. 속보성을 생명으로 하는 데일리뉴스에서 그 날 화제가 되는 동영상의 주인공을 실제로 찾아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을 짚어주며 보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 작업을 다하고 보도하려면 '데일리 뉴스'가 아니라 '위클리 뉴스'정도 되겠죠.
연출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의 경우에도 고민은 남습니다. '편집'의 가능성이죠.
사실이란 언제나 '어디서 얼마만큼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큰 차이를 낳습니다.
A가 B를 몽둥이로 마구 때린 다음, B가 A에게 폭언을 했다. 전체를 보도하면 누구나 A에게 손가락질을 할 겁니다. 그러나 B가 A에게 욕하는 장면만 보여주면, 다들 B를 비판하겠죠. 동영상을 올린 사람의 시각과 의도만 일방적으로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인터넷 동영상 보도는 그래서 위험합니다.
더 나아가 사생활 침해 여부도 문제입니다.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누군가에게 욕을 하는 사람, 물론 도덕적으로 잘못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반말과 삿대질을 일삼는 사람. 물론 제 옆에 있었다면 정색하고 혼 내줬을 겁니다.
그러나 도적적으로 잘못된 이들의 행동을 허락없이 동영상에 담아 인터넷에 유포할 권리가 과연 우리에게 있을까요? 또 그 동영상을 가지고 (물론 인터넷과 달리 신원을 드러낼 수 있는 장면은 삭제한다고 하지만) 뉴스로 보도할 권리가 있을까요? 따지고 보면 누군가와 다투고, 욕하고, 공중 도덕을 어지럽히는 행위는 거의 매일 다반사로 벌어질 겁니다.
누군가 그 장면을 촬영했다고 해서 과연 언론사가 그 행위를 정색하고 비판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자칫 마녀사냥의 위험이 있지 않을까요?
물론 언론은 대중의 관심사를 보도해야할 이유와 책임이 있습니다. 화제가 되는 인터넷 동영상, 당연히 기사 가치가 있죠.
그러나 대중이 관심을 보인다고 해서 제대로 된 언론사가 가수 000의 집안 인테리어나, 고급 승용차 구입에 대해 보도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있는 셈이죠.
저는 이와 같은 가이드라인이 인터넷 동영상에 대해서도 하루 빨리 정립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도 많습니다.
"다른 언론사도 다 (보도)하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언론사들에게 무시할 수 없는 압박입니다. 그러므로 더욱 더 이제는 인터넷에 떠도는 동영상에 대해 어떤 것을 어떻게 보도해야 할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인터넷 동영상에 대한 저작권 문제도 있고요.
내 손으로 쓰고, 내 입으로 읽고, 내 이름을 걸고 내보내는 기사인데, 그 때마다 불길한 느낌 없이, 명확한 기준과 일관된 원칙에 따라 보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제 생각은 다음 기회에 또 말씀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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