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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 환자'만의 문제일까?

이병희

입력 : 2010.12.24 09:52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험 사고율은 31% 입니다. 보험에 가입한 차량 10대 가운데 3대 이상이 교통사고로 보험처리를 받는다는 뜻입니다. 15년 전인 지난 1996년 사고율이 12.8% 였는데, 15년만에 2.5배 늘어났습니다. 교통사고의 약 80%는 가벼운 접촉사고나 추돌사고라고 하는데, 아무리 가벼운 교통사고라고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웬만하면 입원을 합니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환자의 입원율은 약 60%로 이웃 일본에 비해 10배 정도 높은 실정입니다. 목이 삐끗하는 가벼운 부상인 '경추염좌'의 경우, 일반 건강보험 환자의 입원율은 2.4%인데 반해, 자동차 보험 환자의 입원율은 79%로 30배 이상 높을 정도로 자동차보험 환자의 입원이 유독 많은게 사실입니다. 물론 몸이 정말 고통스러워 입원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상당수의 환자는 속칭 '나이롱 환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이롱 환자'를 취재하기 위해 몇몇 병원 주변을 취재했습니다. 환자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거나, 주변 상점을 오가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교통사고로 입원한 분들이었습니다. 한 병원 주변 식당에서는 삼겹살에 소주까지 곁들이면서 저녁식사를 하는 교통사고 입원환자 2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 달째 입원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나오는 밥이 이제는 질려서 가끔씩 이렇게 외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입원 대신 통원치료를 하면 안되냐고 물었더니, 한 환자분은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어떻게 올지 모르기 때문에 무조건 입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나면 일단 눕고보자>는 인식은 이미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상식처럼 돼버렸습니다. 이렇게 굳이 입원을 할 필요가 없는 환자인데도 입원을 하는 환자가 많다보니, 병실에 환자가 없는 '입원환자 부재율'은 지난 5년 평균 약 15% 정도이고, 올해는 19%로 더 늘어났습니다.

'나이롱 환자'의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계속 지적됐던 문제인데, 어쩌면 이렇게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는걸까요? 자동차 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된 요인이 되고, 다른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주머니를 위협하는 나이롱 환자 문제. 이걸 순전히 나이롱 환자들의 부도덕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요?

의료계에서는 현재 보험사의 보상체계에 큰 허점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보험위원장(병원장)은 정말 고통이 심해서 입원이 절실한 환자라도 피치못할 사정으로 입원을 하지 않으면 보상이 거의 없고, 크게 다치지 않았어도 입원만 하면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이 현재 보상체계의 현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운전자 신체의 상해 정도와는 상관없이 입원 일수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되고, 합의금 역시 입원을 했을 때 더 커지는데, 어떤 환자가 입원을 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정영호 위원장은 교통사고로 인해서 얼마나 신체에 피해가 있느냐를 정확히 따져서 피해에 따라 비례적으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 역시, 입원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의 치료비와 합의금 등에 현격히 차이가 나는 현실이, 입원 환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연행 국장은 통원치료를 하더라도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약관 등 보상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보험사들이 환자들의 상태를 꼼꼼히 따지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빨리 합의해서 끝낼 수 있을지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상당한 보험금이 합의금으로 새어나가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통원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환자인데도 굳이 입원하라고 권유하고, 이것저것 과다한 진료를 하면서 매출을 올리려는 일부 병원들도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교통사고 환자들이 입원하고, 치료받은 내용들이 과연 적절하게 지출됐는지에 대한 사후 평가도 건강보험보다 훨씬 취약한게 사실입니다.

이런 여러 문제들이 얽혀있다 보니, 자동차보험 환자 보상에 대한 개선 요구는 진작부터 있었지만, 제대로 된 개선책은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롱 환자들의 부도덕함만 탓하면서, 그들이 솔선수범 행동하길 요구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