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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연평도 도발의 교훈

입력 : 2010.12.17 09:44

갈수록 높아지는 북 도발 수위..군 개혁 절실
"북 변화 가능성 없다" vs "희망 버리면 안 된다"


"이제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더 이상의 인내와 관용은 더 큰 도발만을 키운다는 것을 우리 국민은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인 지난달 29일 발표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중 일부다.

이 대통령은 당시 "북한 정권을 옹호해 온 사람들도 이제 북의 진면모를 깨닫게 됐을 것"이라며 북한의 변화 기대를 접는 듯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실제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사태는 북한을 온정주의적인 시각을 바라보던 이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북한과 교류, 협력을 강화해 체제 변화를 유도한다는 햇볕정책의 타당성마저 의심받게 됐다.

지난 3월26일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한 것이 아닐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북한이 정상적으로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함정을 공격해 승조원 46명의 목숨을 앗아가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뭐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북한의 잠수정이 발사한 고성능 폭약 250㎏ 규모의 CHT-O2D 어뢰에 맞아 천안함이 침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조단의 조사결과에 따라 정부는 북한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면서 대북 경제협력 중단, 대북심리전 재개, 대북 무력시위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5.24 대북조치도 내놓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북강경론은 다소 누그러졌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도 가시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11월23일 북한군이 연평도에 122㎜ 방사포와 76㎜ 해안포를 동원해 무차별 포격을 퍼부었다.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대한민국 영토를 공격해 군인과 민간인 4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을 당하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모든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 아닐 것이라는 의심도 고개를 숙이게 됐다.

천안함 피격사건이 있은 지 8개월도 지나지 않아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는데도 군이 이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군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천안함 피격사건 때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의 출동 정보를 소홀히 여기다가 당했고 이번에도 이미 8월에 북한의 포격 정보가 포착됐는데 철저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군이 민간인 거주지역에까지 무차별 포격을 가하는 상황에서 우리 군의 대응포격은 미흡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군의 대응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며 군의 전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국방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관진 신임 국방장관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오면 자위권 차원에서 전투기로 폭격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고 '행정군대 지양'과 '전투형 부대 육성'이라는 군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6.25 전쟁 이후 최악으로 치달아 강한 군대의 육성이 절체절명의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방개혁 2020'에 따라 2014년 7월까지 18개월로 줄어드는 병 복무기간도 내년 2월부터 21개월(육군 기준)로 동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북한의 도발로 군사적 위기가 초래됐지만, 언제까지 대결적인 구도로 갈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이 지난달 28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안한 '6자 긴급협의'를 수용해 외교적 해결책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 등이 지난달 27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들은 이번 연평도 도발이 '지난 정부의 햇볕정책에 의한 지원으로 무력을 증강했기 때문'이라는 주장(39.4%)보다는 '대결과 긴장국면으로 몰고 간 현 정부의 대북 강경책 때문'이라는 주장(51.3%)에 더 동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중국이 제안한 6자 긴급협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긴급회동이 남북, 북미대화로 이어지면 유화국면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하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