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연평 해법의 고비가 될 이번주 미중 '안보대화'를 앞두고 외교행보의 속도를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은 특히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9일 면담을 계기로 기존의 '조용한 외교'에서 '적극적인 외교'로 기조를 바꾼 모양새다.
중국 언론매체들은 다이빙궈-김정일 면담 다음날인 10일 관련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는가 하면 워싱턴에서의 미중 차관급 국방대화 개최를 포함해 한미, 미일 군사훈련과 한국의 실탄사격 훈련 등의 동향을 주요 뉴스로 연일 보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특히 다이빙궈-김정일 면담 성사후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미국·일본·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에 그 결과를 즉시 디브리핑(사후설명)했으며,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을 단장으로 한 미 대표단의 14∼17일 방중을 앞두고 강도높은 대책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한국, 미국, 러시아에는 베이징의 외교채널을 통해 면담 내용을 알렸으며 일본에는 11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직접 만나 설명했다.
중국은 관련국 디브리핑에 앞서 최고 외교사령탑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외사영도소조 회의를 열어 다이 국무위원으로부터 면담 내용을 보고받고 일련의 한반도 위기사태 해결을 위해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간 긴급협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우다웨이 특별대표는 11일 사이키 국장과의 회담에서 6자 긴급협의를 다시 제안했으며 여타 6자회담 관련국에도 동일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특히 러시아가 6자 긴급협의 제안에 찬성하며 강력한 6자회담 재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 고무된 기색이다. 한미일 3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중국·북한·러시아 3국이 찬성하고 있는 만큼 아직 '승산'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인다.
중국은 미 대표단에 스타인버그 부장관 외에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보좌관,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성 김 6자회담 특별대표 등 동북아와 한반도 담당 정책 라인이 모두 포함된 것을 기회로 이들을 설득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연평 포격사건이 발생한 근본적인 배경에 대한 분석과 해법이 나와야 하며, 북한의 우라늄 농축 위협이 핵비확산 차원에서 더 시급한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켜 이런 일련의 한반도 문제를 풀려면 우선 6자 긴급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천안함 도발 때에 이어 이번 연평도 공격 이후에도 중국이 북한 감싸기에 나서는 데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계속 이러면 중국을 다시 평가하겠다"는 의지를 전하며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돼 미중 양국이 이번주 '안보대화'에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이 다이빙궈 방북을 계기로 6자 긴급협의라는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반면 북한은 '엄포'의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의 박의춘 외상이 12~15일로 예정된 모스크바 방문을 앞두고 평양에서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한미 양국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핵 억지력을 강화하겠다"고 위협한 게 눈에 띈다.
최근 북한이 미 과학자들에게 영변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2천여기의 설치를 공개한 상황에서 나온 박 외상의 이런 언급은 사실상 우라늄 핵무기 무장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주목된다.
박 외상은 "한반도 상황이 첨예화된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도 우리는 주권과 평등,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기초해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면서 "그런데도 미국은 대화에 나서지 않은 채 평화협정 체결 제안에 침묵하며 고립과 압살정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중 양국이 다이빙궈-김정일 면담을 계기로 각각 다른 행동으로 '6자회담 재개'라는 동일한 목표점을 제시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은 한미, 미일 합동군사훈련과 한국의 단독실탄사격훈련 등에 대한 강경대응 수준을 높이고, 중국은 이를 이유로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역할 분담'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