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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신념-생명권 충돌서 빚어진 비극

입력 : 2010.12.12 09:44|수정 : 2010.12.12 09:53


종교 교리에 따른 부모의 반대로 수혈을 동반한 심장 수술을 받지 못해 생후 2개월된 영아가 숨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종교적 신념과 생명권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종교적 이유에 따른 병역 거부는 대체복무제 도입 등 해결방안이 사회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무수혈 수술은 아직 100%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대체적인 시각이어서 종교적 신념과 생명권의 총돌은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

지난 9월6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태어난 이모양은 대동맥과 폐동맥이 모두 우심실로 연결되는 선천성 심기형 증상을 보여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폰탄 수술'을 받아야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은 폰탄 수술의 1단계인 '노르우드 수술'의 환자 회복 가능성이 무수혈 방법으로 하면 5% 미만이지만 수혈 방법으로 했을 때에는 30∼50%라고 봤다.

폰탄 수술을 하지 않으면 이양의 생존 가능 기간은 최대 3∼6개월 정도이며 그 전에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양의 부모는 폰탄 수술 자체는 거부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믿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 수술에 동반되는 수혈은 안된다며 막아섰고, 결국 이양은 태어난지 두달도 되지 않은 10월 말께 숨졌다.

충북에 사는 어머니 김모씨는 "딸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어미로서 어떻게든 살리고 싶어 서울의 병원까지 가서 아이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태어나고 예상보다 상태가 훨씬 더 심각해 수혈을 동반하는 수술을 해야 살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고 무수혈 수술을 해주겠다는 다른 병원으로 옮겼지만 수술도 받지 못하고 숨졌다"며 울먹였다.

헌법학계에서는 '종교적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한 헌법 20조 1항을 근거로 종교적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이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누구에게나 인정된다고 본다.

그러나 종교적 신념을 지킬 권리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는 37조 2항의 제한을 받는다.

생명권은 헌법에 명시돼있지는 않지만 다른 기본권을 누리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라는 점에서 기본권의 하나로 당연히 인정되고 있다.

이양처럼 부모의 종교적 신념과 의사를 표시하지 못하는 영아의 생명권이 충돌하면 종교적 자유는 37조 2항의 제한을 받는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대법원도 이양의 사례와 비슷한 사안을 두고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은 1980년 자신이 믿는 종교 교리에 어긋난다며 장출혈 증세가 심한 11살 딸에 대한 수혈 치료를 거부한 어머니에게 유기치사죄에 해당한다며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아무리 생모라 하더라도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환자에 대해 의사가 권하는 최선의 치료방법인 수혈을 거부, 환자를 숨지게 할 권리는 없다"고 봤다.

재경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양 사건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져봐야겠지만 부모가 해당 수술을 받지 않으면 딸이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부했다면 유기치사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