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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과의 전쟁, 슈퍼박테리아

한승구

입력 : 2010.12.10 16:38|수정 : 2010.12.10 17:02


우리나라에서도 NDM-1형 슈퍼박테리아가 검출됐습니다. 복지부는 다제내성균(많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네요)으로 불러달라고 끊임없이 요청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슈퍼박테리아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고, 와닿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 나라에서도 슈퍼박테리아는 이미 수없이 보고돼 왔습니다. 따라서 슈퍼박테리아 첫 확인, 슈퍼박테리아 첫 감염이란 말은 맞지 않습니다. 인도 뉴델리에서 나온 NDM-1형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죠.

그럼 NDM-1이 뭘까요? 항생제는 베타락탐이라는 구조를 통해 박테리아가 세포벽을 만드는 걸 방해합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는 이걸 "박테리아로서는 피부가 홀랑 벗겨지는 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박테리아는 살아남기 위해 베타락탐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 내죠. NDM-1은 바로 이 분해효소를 만들어내는 유전자 구조를 말합니다.

따라서 베타락탐 계열의 항생제는 NDM-1에 무력합니다. 그런데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세팔로스포린, 인류의 역사를 바꿨다는 페니실린, 현재까지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 중 하나라는 카바페넴이 모두 이 베타락탐 계열의 항생제입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건 NDM-1형 유전자를 가진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입니다.

물론 여기도 항생제는 있습니다. 티거사이클린, 콜리스틴 두 가집니다.그런데 콜리스틴은 개발된 지 50년이나 된 약입니다. 신장에 대한 독성이 강해 일본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어찌보면 독성 때문에 그 동안 많이 쓰이지 않아 박테리아가 미처 내성을 갖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티거사이클린은 최근에 개발된 약이지만, 듣는 균이 있고, 안 듣는 균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NDM-1형 세균에 감염됐을 때 환자에 따라서는 정말로 쓸 수 있는 약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항생제도 항생제지만 정말 우려되는 건 널리 퍼져 있는 균이 NDM-1 유전자 구조를 갖게 되는 겁니다. 흔한 균이 이런 식으로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된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인간과 세균은 수십 년 동안 전쟁을 벌여 왔습니다. 일상생활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황색포도상구균이란 게 있습니다. 포도 모양의 동그란 균이죠. 말이 어려워서인지 요즘은 황색포도알균으로 부르더군요. 식중독을 일으키기도 하고 염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게 불과 60년 전만 해도 페니실린으로 통했습니다.

이후 페니실린에 내성을 갖게 되자 사람들은 메티실린이란 항생제를 만들었습니다. 다시 내성을 가졌습니다.(이게 본격적인 슈퍼박테리아의 시조격인 MRSA입니다.) 사람들은 반코마이신이란 항생제를 만들었고, 다시 반코마이신에도 내성을 갖게 됐습니다. 지금은 황색포도알균 뿐만 아니라 여러 균들이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널리 있는 균이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대부분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감염됐습니다. 그래서 슈퍼박테리아는 대부분 원내 감염입니다. 중환자들에게는 삽관도 하고, 처치도 하고 주사도 놓죠. 의료진의 위생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환자를 접촉하는 가족들과 간병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속 강한 항생제를 만드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우리 나라 항생제 처방률이 높다고 하죠? 의약분업되기 전에는 약국에서 마구 항생제를 사다 먹었다고 합니다. 이후에는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도 안심할 수준은 아닙니다. 중장기적으로 항생제 사용을 계속 줄이는 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필요한 일입니다.

슈퍼박테리아는 자연상태에서는 없던 균이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는 아직 끝이 안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