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구제역 발병 현장을 가다
처참한 광경이었습니다.
덤프트럭에 쓰러진 누런 황소들이 실려 어디론가 가는 것을 목격하고 트럭을 추격했습니다. 1km 남짓 갔을까…트럭이 도로 옆 매몰지로 빠지면서 소들의 무덤이 나타났습니다. 깊게 파놓은 구덩이엔 침출수를 막기 위해 겹겹이 비닐이 덮여 있었습니다.
트럭이 소들을 구덩이로 밀어 넣자 믿기지 않은 광경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일부 소들이 죽지 않고 꼬리와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 울음소리는 소들이 인간을 원망하며 이 세상에서 내는 마지막 소리였습니다.
"으흐흐흐응"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발병 농장에서 5백 미터~3킬로미터 안에 있는 소, 돼지는 구제역에 감염될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함께 매몰 처분합니다.
이날 매몰된 소들도 자신들의 감염 사실을 모른 채 구덩이에 묻힌 겁니다. 규정상 안락사 약제인 '썩시닐콜린' 등을 사용해 소의 숨을 멎게 해야 하지만 약제가 모자란 데다 충분히 숨을 거둘 시간을 주지 않은 겁니다.
소가 만약 인간의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아마 이런 유언을 남겼을 겁니다. "이 억울한 죽음을 누구에게 하소연할꼬? 소로 태어난게 죄다. 신이시여 다시는 소, 돼지로 태어나지 않게 하소서…"
올 초 인천 강화, 김포 지역의 구제역 발생 현장으로 쫓아다는 저도 이렇게 소들이 생매장 되다시피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나니 구제역은 축산농가에게 뿐만 아니라 가축에게도 재앙이었습니다.
특히 한우는 우리나라 토종 종자라는 점에서 닭이나 돼지와는 다릅니다. 영화 '워낭소리'에서 할아버지는 "소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만큼 소는 농가의 식구이자 든든한 일꾼으로 우리 농업의 기반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고기 생산용으로만 사육되기 시작하면서 비극은 시작됐습니다.
큰 눈망울과 우직한 뿔, 그리고 늠름한 모습…모습은 변한게 없는데 요즘 한우는 그저 고기 생산용일 뿐입니다. 요즘 한우 사육 두수가 3백만 마리를 넘을 정도로 사상최대라 합니다. 그만큼 돈이 되다보니 농가에서 많이 키웁니다.
17만 농가 중에 10마리 이하를 사육하는 영세 농가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소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몹쓸 바이러스를 해외에서 묻혀 들여와 소, 돼지에게 옮기는 겁니다.
포천에서 젖소 농장을 하는 한 농민이 올 초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안락사 약이 모자라 젖소 머리를 망치로 내려칠 때 그 비명소리에 아내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펑펑 울었다라고…
구제역은 인간에게 뿐만 아니라 소, 돼지 등 가축에게도 그 단어 자체가 지옥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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