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소란을 피운 시민은 100명 중 10명 이상 꼴로 경찰관에게서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8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8월 경찰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음주 소란 경험이 있는 500명의 '인권보호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응답자 321명 중 40명(12.8%)이 경찰에서 한 가지 이상 형태의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경찰의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82명(26.8%), 여성이나 외국인을 차별하는 발언을 들었다는 사람은 22명(6.8%)이었다.
경찰이 몸을 뒤져 휴대전화를 빼앗는 등 사생활을 침해한 피해자는 16명이었고, 소란을 피우지 않았는데도 수갑을 찼다는 응답자는 57명에 달했다.
강제로 지문을 찍게 하거나 병원 치료 요구를 뭉개고 가족과 연락을 차단하는 등 직권남용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55명, 성적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언어 희롱을 당했다는 응답자도 4명 나왔다.
지난 7월 음주 소란자를 경험해 본 경찰관 500명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420명 중 241명(57.4%)이 반말과 욕설 등 언어적 위력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158명(37.8%)은 폭행 등 물리적 위력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에 응한 경찰관 중 81명(22%)은 인권 침해 진정이나 민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경찰관의 96%는 '음주 소란자의 욕설과 폭행이 없었으면 위력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해 경찰의 위력·언어적 폭력이 공격적이기보다 방어적 기제로 작동한 것으로 인권위가 분석했다.
인권위는 "술 취한 사람을 모욕이나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처벌하는 사례가 늘어 시민의 인권보호 차원의 실질적인 대안과 경찰력 낭비, 사기 저하 등의 애로점을 해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