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돌아온 연평주민 "다시 나가야겠단 생각…"

입력 : 2010.12.05 18:27

여전히 불안 속 긴장상태…복구도 요원


북한의 포격으로 폐허가 된 연평도에 주민들이 하나 둘 돌아오고 있지만 마음속엔 여전히 그날의 공포와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섬을 다시 찾은 주민들은 겨울철 대비로 집안 정리나 김장을 마치면 곧 육지로 나가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 다시 돌아오겠다고 입을 모았다.

박노욱(75) 할아버지는 5일 오후 여객선을 타고 섬에 돌아왔다.

오자마자 난방 보일러에 기름을 채워넣고 수도 모터를 모포로 덮어씌웠다.

다행히 이번 포격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진 않았지만 오래 집을 비워 혹 추운 날씨에 모터가 터지진 않을까 걱정돼 쌀 1포대와 라면 1박스를 사 들고 돌아왔다.

박 할아버지는 "찜질방에 사람이 많아 잠도 안 오고…내 고향 내가 지켜야지"라면서도 "밖에서들 오라고 하면 다시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웃집에 사는 또 다른 70대 할아버지도 조만간 영하의 강추위가 몰려온다는 뉴스를 듣고 물탱크를 손질하러 들어왔다.

하지만 여객선만 뜨면 당장 내일이라도 나갈 생각이다.

이 할아버지는 "사람이 살려면 우선 깨진 유리부터 끼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폐허가 됐는데 어떻게 살 수 있겠느냐"라며 혀를 내둘렀다.

4일 남편과 함께 돌아온 40대 한 아주머니도 화물선이 들어오면 차를 싣고 나갈 예정이다.

이들 내외는 지난달 25일 섬에 돌아와 다시는 나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었지만 3일 뒤인 28일 또다시 대피 소동을 겪고는 무서워서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아주머니는 "아직도 주변에 불타거나 부서진 집들을 보면 가슴이 벌렁벌렁거리는데 여기서 어떻게 살겠느냐. 개들도 불 난 집 근처만 가면 꼬리를 내리고 안 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연평도에서 체육사를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군부대에서 맡긴 물건들을 돌려주려고 4일 발걸음을 했다.

그러나 섬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날의 공포에 가슴이 두근거려 담배만 피워대고 있다.

김씨는 이번 북한의 포격으로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한 사정을 구구절절 읊었다.

금융기관 대출금의 이자가 어마어마한데 점포 문을 닫고 있으니 눈앞이 깜깜하다고 했다.

김씨는 "왔다갔다하는 한이 있어도 여기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나는 포격보다 그게(신용불량자) 더 신경쓰인다"라며 "그렇지만 벌써 마음이 불안해서 다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털어놨다.

김씨는 "섬에 들어왔다 나가는 사람들이 다 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이 후유증이 정말 오래갈 것 같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막막한 현실 속에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다시금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평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