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정치

정부, '러 입장' 너무 유리하게 해석하나

입력 : 2010.12.02 11:08

현지소식통들 "러는 철저한 중간자" 지적


북한의 연평도 도발사건에 대한 러시아의 행보를 놓고 정부 당국자들이 우리 쪽에 너무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러시아가 이번 사태를 놓고 북한을 이례적으로 정면비난하는 입장을 내놓고는 있으나 실제 대응기조를 보면 한.미와 중국 사이에서 철저한 중간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게 현지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달 29일 홈페이지에 띄운 공식입장을 통해 "한국 영토에 대한 포격과 그에 따른 사상자 발생과 관련해 북한이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지목해 명시적으로 비난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를 두고 정부 고위당국자는 "러시아가 홈페이지를 통해 표명한 공식 입장은 종전에 비해 확실히 진화(進化)한 것으로 봐야 하며, 의미를 두고 평가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러시아의 태도가 천안함 때와는 많이 달라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상당히 기울인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평가 속에서 외교가에서는 천안함 사태 이후 '한.미.일' 대 '북.중.러'로 고착화돼온 외교전 구도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각이 나왔다. 또 이번 사건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논의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점쳐졌었다.

그러나 러시아 현지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은 정부의 이 같은 기류와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을 특정해 비난한 것은 그간의 태도로 볼 때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은 정확한 상황판단에 착오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외무부 사정에 정통한 현지의 외교소식통은 "러시아가 전략적 판단에서 북한을 명기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러시아는 앞으로의 대응행보를 놓고 역대 최고의 밀월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중국측이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 제안에 내부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을 정하고 있으면서도 한국, 미국 등과의 관계를 고려해 공식 입장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인터뷰 형식을 빌려 "중국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포함한 한반도 위기 상황을 논의하자며 제안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 협의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또 이번 사건의 안보리 회부 논의에서도 러시아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러시아의 행보는 전략적으로 모호한 중간자적 입장을 지키면서 자국의 이해에 유리한 방향으로 매우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지적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2일 "러시아의 역할에 지나치게 기대했다가는 나중에 낭패를 볼 수도 있다"며 "최대한 균형감각을 갖고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러시아의 태도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