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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방역체계 '구멍'…방역당국 총체적 무능

입력 : 2010.12.01 14:37|수정 : 2010.12.15 13:01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판정나면서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자신하던 경북도의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리는 등 방역당국의 총체적 무능이 드러났다.

1일로 사흘째를 맞는 구제역 사태로 전국 점유율 24.2%와 14.8%를 차지하는 한우와 돼지 등 경북지역 축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방역당국이 초기대응에 실패하고 질병예방 시스템도 허술한 것으로 나타난데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초기대응 실패…방역 허점

지금까지 국내에서 구제역이 수차례 발생했지만 경북지역에서는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아 그동안 청정지역으로 불렸으나 이것이 독약으로 작용했다.

구제역과 무관했던 탓에 다소 느슨했던 방역당국은 막상 질병이 발생했을 때 허점을 보였다.

축산농가들은 "구제역 발생지인 안동의 모 농장에서 돼지가 의심증상을 보인 것은 지난달 26일인데 설처분 조치는 3일 지나 지난달 29일 시작돼 초기대처가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6일 한 축산농가에서 "새끼 돼지가 사료를 안 먹는다"고 신고했으나 현장 간이키트 검사에서 구제역 음성 판정이 나온 탓에 축사 관리자와 돼지의 이동제한 조치는 다른 농가에서 의심증상을 나타낸 지난달 28일에야 내려졌다.

또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주인이 다른 곳에 운영하는 축산시설은 초기 방역대상에서 제외돼 결과적으로 방역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가 지난 6월 국외여행자의 축산사업장 출입을 금지한데 비해 경북도는 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번 안동의 양돈농장주 1명이 지난달 초 베트남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대응에 미흡했음을 보여줬다.

◇ 살처분 지연, 인력·장비 부족

구제역 사태가 터지자 경북도는 예비비 15억 원을 지원해 축산농가 소독과 감염 가축 살처분을 실시하고 있지만 여기에 필요한 약품과 기구, 장비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도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역학조사팀은 구제역 발생지를 중심으로 위험지역(반경 3㎞ 이내), 경계지역(반경 3~10㎞), 관리지역(10~20㎞)을 정해 이동통제초소를 설치, 긴급방역을 펼쳐고 있으나 약품 수급 차질로 컨테이너만 있는 경우도 있다.

농민들은 "구제역이 발생한 타 지역에서는 하루 만에 2만마리를 살처분해 땅에 묻었는데 이번에는 하루 1천~2천마리에 불과하다"며 "질병 차단을 위해 좀더 속도감 있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측은 "당초 2만여 마리에 그쳤던 살처분 대상 가축이 3만3천여 마리로 늘어 확보해야 할 매몰지와 마취약품 등이 급증했다"고 해명했다.

◇구제역 어디까지 갈까

방역당국과 축산농민들은 구제역 사태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제역 잠복기가 평균 2~8일, 최대 10여일까지이기 때문에 이번 주가 최대 고비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달 30일 열린 경북도 가축방역협의회에서 김기석 경북대 교수(수의학과)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잠복기를 감안하면 앞으로 4~5일이 고비로 예상된다"며 "질병이 발생한 농가의 감염경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초 안동의 양돈농가와 한우농가에서 잇달아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나왔고 영양 한우농가에서도 의심증상을 보여 방역당국이 한 때 긴장했으나 다행히 영양의 소는 음성으로 나타나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그렇지만 안동 와룡면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8㎞ 정도 떨어진 안동 서후면에서도 나타난 원인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아 확산 여부를 짐작하기 어렵다.

구제역 잠복기는 바이러스가 감염된 가축 몸 속으로 들어간 뒤 발병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하며 축사나 사료에 머물다 감염시킨다면 잠복기가 길어진다.

이 때문에 도는 발생지를 중심으로 위험지역과 경계지역에 있는 3만5천여 농장을 대상으로 소독을 실시해 축사와 농가에 남았을지 모르는 바이러스 제거에 힘쓰고 있다.

◇축산농가 타격…청정지역 상실

경북지역은 한우와 육우 63만여 마리를 키워 전국 사육두수 1위, 돼지는 143만여 마리로 전국 3위를 차지하는 축산 강세지역이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사태로 인한 소, 돼지 살처분에다 소비자의 기피심리 따위를 감안하면 위상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상 처음으로 경북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에 대해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사태 해결에 힘쓰고 있다.

특히 축산농가들은 연말을 앞두고 망년회를 비롯한 모임이 잦아지는 시기에 구제역 발생이 터지는 바람에 돼지고기와 쇠고기 소비가 급감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우협회 대구경북지회는 "경북에서 사상 최초로 예상 밖의 구제역이 발생해 축산농가의 걱정이 크다"며 "당국이 질병 방지에 힘써 우려를 없애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의심가축 발견을 위해 발생지 주변의 소, 돼지 등을 기르는 농장 3만8천여 곳에 대해 공중수의사와 공무원 390여명을 동원해 예찰활동을 펼치고 있다.

◇"바이러스 박멸한다"

지난달 29일부터 3일째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난 안동 축산농가는 엄격한 출입통제 속에 차단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이동통제 초소에서는 사람과 가축, 차량의 이동이 제한되고 있으며 육군 50사단이 화학전에 쓰는 제독차량까지 동원했다.

안동 와룡면과 서후면에서는 하루 1천여 마리에 달하는 돼지와 소가 살처분된 뒤 땅에 매몰되고 있고 농가 축사에는 긴급 소독이 실시됐다.

농민 김모(62)씨는 "당국이 동원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를 모두 써서 살처분을 마치고 정상화에 힘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원혁 도 축산경영과장은 "경북의 청정지역 회복과 축산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구제역 바이러스를 박멸해 사태를 조기 종식하는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