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농민 울상, 전국적 집회 확산…쌀값 소폭 상승 속 정부 대응 '주목'
올해 쌀재배 농민들이 수확량 감소와 품질저하, 수매가 하락으로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전국 곳곳에서는 쌀값 폭락에 항의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품질저하 때문에 등급저하가 수매가 하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로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만큼 쌀값 폭락에 대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촉구되고 있다.
◇쌀값 대책 내놔라..전국 곳곳 벼 야적시위
전국 곳곳에서는 농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쌀값폭락에 항의하고 공공비축미 확대와 대북 쌀 지원 재개, 농가부채 해결 등을 요구하는 벼 야적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19일부터 경기도청 앞에 벼 200가마 정도를 쌓아 두고 밤샘 농성을 하고 있으며 전농 경북도연맹도 지난 15일 경북도청에서 벼 1천여가마를 쌓아놓고 허수아비를 불태우며 쌀값 하락에 따른 분노를 드러냈다.
광주시 농민회는 19일 한나라당 광주시당 앞에서 집회하고 한나라당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으며 전남 보성.영광농민회 등도 농협지부 앞에서 벼 야적시위를 벌였다.
춘천농민회도 춘천시청 앞에 40㎏짜리 나락 100가마를 시청 정문 앞에 쌓아 놓았으며 경남 김해농민회 소속 농민들은 김해시청 앞 광장에 벼 100가마를 쌓아 놓고 쌀 목표가격 21만원 인상과 대북쌀 50만t 지원 등을 요구했다.
진주농민회와 진주시여성농민회도 지난 17일 진주시청 앞 광장에 40㎏짜리 벼 1천여 부대를 쌓아 놓고 시위를 벌이는 등 쌀값 폭락 대책을 촉구하는 전국적인 시위와 집회가 확산하고 있다.
◇농민 요구사항은
농민단체들은 "올해는 생산량이 크게 줄어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재고량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벼 수매가는 작년보다 오히려 10% 정도 떨어졌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주요 대책으로는 ▲쌀 50만t 대북지원 재개 및 법제화 ▲쌀 목표가격 21만원으로 인상 ▲한미FTA와 한중FTA 중단 ▲생산량 감소와 나락 값 폭락에 따른 소득보전 대책 마련 ▲공공비축미 매입량 확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전농은 "각종 악재로 쌀값이 20년 전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쌀을 생산할수록 소득이 줄어들고 있어 재해 수준에 가까운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지방정부도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2일 경북 상주에서 열린 농민간담회에서도 농업경영인 경북도연합회는 최근의 쌀값 하락과 자유무역협정(FTA) 대책 등 농정현안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준봉 농업경영인 경북연합회장은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서 벼 재배 특별지원금을 확대하고 논에 대체작물을 재배할 때 지원하는 사업비를 늘리며 농작물재해보험 확대 지원할 것 등을 바란다"고 강력히 요청했다.
◇쌀 등급저하 수매가 하락으로 이어져
지난 17일 강원 춘천 신북읍에서 열린 수매에서 벼 104포대 중 특등급이 하나도 나오지 않은 이상국(47)씨는 "작년에는 70%가 특등급 판정이 나왔는데 올해는 답답하다"며 "이 벼를 판 돈으로 콤바인 할부금부터 갚아야 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품질저하로 이한 등급하락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지역의 도정수율(투입된 벼의 무게에 대한 도정된 백미 무게 비율)은 68%로 지난해 75%보다 떨어졌는데 이는 올해 수확한 벼에 쭉정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올해 공공비축용은 1등급 이상 비율이 87%로 지난해 1등급 이상 비율 98%보다 무려 11%나 하락했다.
경남 진주지역은 특등급 22%, 1등급 74%로 지난해 특등급 36%, 1등급 60%에 비해 등급이 낮아졌으며 충남지역도 공공비축 미곡 가운데 특등급은 10.2%로 지난해 특등 비율 51.2%보다 무려 41%포인트나 떨어졌다.
충남의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올해는 쌀 품질이 워낙 좋지 않아 예년 같으면 2등급에 해당하는 쌀들도 1등급으로 쳐주는 경우가 많다"며 "그나마 앞으로 쌀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벼 출하를 꺼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등급하락은 수매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지역 평균 추곡수매가는 벼 40㎏짜리 1가마당 지난해 4만9천20원보다 8% 하락한 4만5천원선이며 1등급 40㎏ 한 가마를 기준으로 할 때 수매가는 지난해 5만4천원에서 올해 4만6천원으로 무려 14.8% 하락했다.
◇자치단체 대책마련 고민.."손 쓸 수가 없다"
쌀값폭락에 대응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은 경영안정자금 확보 등을 강구하고 있지만 대응책이 마땅치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기도가 그나마 벼 쓰러짐 피해가 큰 농가에 10억원을 무상 지원하거나 운영자금을 저리로 지원해주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북도는 수급 불균형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가공용 쌀구매 확대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역시 마땅한 대응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대체작물 지원금은 앞으로 3년간 계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며 지원단가 인상은 정부와 협의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다른 자치단체들도 올해 농민들이 쌀값 하락과 생산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점을 고려해 경영안정자금 확보를 검토하고 있으나 농민단체들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수준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쌀값 하락에다 생산량 감소, 품질저하 등 농민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대책을 세울 수 없는 형편"이라며 "정부에서 공공비축미 가격을 지난해 수준 이상으로 확정하는 것 외는 대책이 없다."라고 말했다.
◇쌀값 전망과 정부 대응
농촌경제연구원은 11월 들어 산지 쌀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지 쌀 가격(80kg)은 13만 6천432원으로 전월 대비 0.3%가 상승했으며 도매가격도 이달 들어 상승세로 전환되어 전월대비 6.2% 상승했다.
올해 산 쌀 생산량은 전년대비 12.6% 감소한 429만 5천t으로 정부가 공공비축미 34만t, 예상 수요량을 초과한 8만 6천t 등을 사들임에 따라 수확기 시장 공급량은 전년대비 8.6% 감소한 384만 4천t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산지유통업체들의 벼 매입가격 결정이 늦어지면서 벼 가격은 당분간 강보합세를 보이다가 12월 이후부터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40kg당 4만 2천-4만 5천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농식품부는 "이달 들어 일시적으로 쌀값이 상승한 적이 있으나 이는 잉여쌀을 시장에서 격리시킨 데 따른 것"이라며 "그러나 11월 중순을 지나면서 쌀값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쌀값폭락 대책으로 농민단체들이 강하게 요구한 대북 쌀 지원이 지금까지는 민간단체 중심으로 이뤄져 왔으나 이마저도 23일 발생한 북 연평도 포격 때문에 다시 끊기지 않을까 관련 단체들은 우려하고 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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