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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정확한 스트레이트 '부당거래' 뒷북리뷰

남상석

입력 : 2010.11.22 16:06|수정 : 2010.11.22 16:16


(*개봉 한달이 넘은 뒷북이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4편의 단편을 모아 만든 장편 데뷔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는 충무로의 새바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선배 감독이 찍고 남은 필름을 모아 촬영했다는 '전설'아닌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영화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본격적으로 상업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이후 작품들에서는 흥행성이나 작품성 분야를 번갈아가며 살짝 살짝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부당거래]는 그렇게 10년의 내공을 모아 한 방 터뜨린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극장가의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 남짓 극장에 걸려있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부당거래]는 확실히 이전의 작품들과는 선을 그으며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평가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인장을 확실하게 찍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느와르'라는 장르의 법칙에 충실하면서 현실의 구체적인 권력이 작동되는 메카니즘에 대한 묘사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비판의 칼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대 출신도 아니고 별다른 빽도 줄도 없어 승진에서 계속 탈락되는 경찰 최철기(황정민), "겁이 많아서 검사가 되어" 든든한 장인을 선택해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는 검사 주양(류승범)은 각각 두 건설업자를 스폰서로 삼고 있는데 이 두 건설업자들은 서로를 밟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라이벌 관계입니다.

영화가 기획되고 나서 현실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는 우연이 겹치기도 했습니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을 그럴듯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개연성이 확보되었는데 그 선후관계가 좀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죠.

서로 대립하는 두 주인공이 모두 나쁜 놈으로 나옵니다.

정의의 주인공은 없습니다. 뼛속까지 나쁜 놈이 아니라 종종 합리적 판단이나 정의감, 동정심도 갖고 있기에 현실적인 캐릭터로 자리잡습니다. 때문에 관객들은 분노와 동정심을 번갈아 느끼게 됩니다.

돈과 명예라는 현실적인 - 한국사회라는 사다리의 어떤 위치에 있든 거의 유일한 목표 - 유혹 앞에서 현실과 타협하며 적당한 선에서 원칙을 외면하는게 아니라 악마와 손을 잡기까지하는 거죠. 이 악마는 이 사회를 작동시키는 '빅 브라더'의 의지가 체현된 것처럼 보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죄가 나쁜거지 사람이 나쁜게 절대 아니라 저 하늘의 별처럼 무수한 죄 가운데 나쁜 사람이나 미운 사람에게 달린 죄가 문제가 되는 세상입니다.

법과 정의, 공정사회 등등의 그럴 듯한 대의명분이 표면에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철저하게 짓밟는 '조직의 논리'가 악마와 손을 잡고 움직이는 거죠.

빠른 이야기와 화면전개, 영화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편집의 리듬과 음악, 감칠맛 나는 명대사와 뼛속까지 형사같은 황정민과 좀 튀어 보이는 검사의 류승범은 물론 유해진, 천호진, 마동석 등 조연들까지 탄탄한 연기를 뽑냅니다.

특히 동료 경찰 역의 마동석 캐릭터는 홍콩 느와르에서 단독 주연으로 삼았을 법한 비장미를 보여줍니다.

맛깔스러운 유머를 담은 대사들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곱씹어 볼만한 명대사들이 많습니다.

(이춘연, 이준익, 이경미, 조철현 등 영화감독과 제작자들이 제법 비중있는 역할로 특별출연 하는데 연기력이 검증된 분들만 모신 듯 합니다.^^)

후반 20분 전까지는 나무랄 데 없어 보이지만 결말 부분에서는 과욕인지 불안감 때문인지 넘쳐서 아쉬운 대목들이 몇군데 있습니다.

범인에 대한 반전을 포함해 결말을 처리하는 방식이 조금 아쉽습니다. 범인에 대한 반전은 영화에서 구축한 황정민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의 일관성에서 벗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조금 전에서 매듭을 지었더라면 더 큰 여운을 주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업영화로서의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다가 벌어진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입니다. (팀장을 응징하기 위해 목격자를 사주하는 경찰들이 납골당의 CCTV를 몰랐을까요? 짱짱한 장인을 모신 주 검사가 명품 시계와 골프, 비싼 음식, 술과 여자 때문에 위험한 스폰서를 둘까요? 사실 이런 부분은 처갓집이나 장인에게 요구하기엔 좀 거시기한 것들이긴 하죠.)

이런 점들에도 불구하고 [부당거래]는 갓 잡아올린 물고기처럼 펄떡거리는 생동감으로 관객이 두 시간 남짓 급류 래프팅을 하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볼만한 영화입니다.

(*두 달이 넘게 이 공간을 비워두었군요. 그 동안 시간이 없었다기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 트위터에 조금 중독되기도 했구요. 제 트위터 아이디는 @FreshTune입니다. 트위터 세상에서도 반갑게 만나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