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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북한 우라늄 농축' 정보판단 제대로 했나

입력 : 2010.11.22 14:08|수정 : 2010.11.22 14:58

의혹 제기에서 현정부들어 '확신'으로 굳혀
'안일한 대응' 비판…농축기술 논란 지속될 듯


정부 당국자는 22일 원심분리기까지 공개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북한의 농축활동을 사실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방북한 미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게 원심분리기가 갖춰진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다고 전해진 전날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던 데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공식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문제가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 당시 북측이 HEU 프로그램을 시인하면서 시작됐다. 이른바 제2차 핵위기의 시작이었다.

북한은 이듬해인 2003년1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HEU 프로그램 보유 의혹을 부인하며 말을 바꿨지만, 북한의 HEU 프로그램은 줄곧 의혹과 논란의 대상이 됐다.

북한 HUE 프로그램 존재 여부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도 굴곡이 있었다.

북측이 지난해까지 우라늄 농축을 부인해온 데다 우리 정부가 확신이 서지 않은 상황에서 우라늄 농축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정보 당국과 외교·안보 당국 간의 인식차가 드러났다.

2006년 11월 당시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이미 파키스탄과 함께 우라늄 농축실험을 했다'는 설에 대해 "국정원도 같은 정보를 갖고 있고 평가를 하고 있다.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개발 프로그램은 있으나 개발은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의혹으로 제기되던 북한의 우라늄 농축 여부가 정보기관 수장 내정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2007년 2월 송민순 당시 외교장관은 내외신 기자 브리핑에서 김 원장의 언급에 대한 질의에 "(우라늄) 프로그램은 개념만 있어도 프로그램이고 결과를 만들어내도 프로그램이다. 북한이 현재 어디 단계에 있는지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북한이 갖고 있는 모든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존재 여부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같은 해 2월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참석해 'HEU가 있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보도는 전혀 잘못됐다. 국정원장의 진의도 알려지지 않는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북한에 HEU가 있다는 어떤 정보도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북한이) 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장관을 역임한 이종석 전 장관도 지난해 7월 북한의 HEU 프로그램과 관련해 "미국의 네오콘들이 입증 자료도 확보하지 못한 채 결국 정치적 목적에서 어설프게 문제를 제기해 제네바 기본합의 체제를 파괴하고 역으로 북한이 핵실험에 이른 길을 터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현 정부 들어 분명한 톤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6월30일 이상희 당시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회의 1874호 결의에 반발해 우라늄 농축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북한의 농축 우라늄 개발 여부를 둘러싸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정부 고위당국자의 언급으로,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과 무기화가 예상보다 강력한 수준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올해 1월6일 유명환 당시 외교장관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지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직후, 최소한 1996년부터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다만 "현재 수준이 어느 단계인지, 농축 우라늄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 핵무기는 얼마나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다"며 "그러나 (관련국 사이에) 정보는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지난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통해 핵무기화하는 것도 진행되고 있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북한의 우라늄 프로그램을 확인했다.

정부의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대북 정보활동을 통해 북한의 HEU 프로그램 개발 상황을 명확히 포착했고, 이런 정보 상황을 반영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6월 우라늄 농축작업 착수를 선언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 우라늄 농축 실험 성공을 주장한 것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것을 관측된다.

그러나 2002년부터 불거진 북한의 HEU 프로그램에 대해 그동안 너무 안이하게 대응해온 게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보기관을 중심으로 HEU 프로그램의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지만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미루는 사이에 HEU 문제가 심각한 현실적 문제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북한의 원심분리기를 설치한 핵농축 시설 공개에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김태우 국방현안연구위원은 "북한이 오래전부터 농축을 시작했기 때문에 고농축 우라늄도 생산할 수 있다"며 "북한의 고농축 연구개발이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 원심분리기 설비와 기술 수준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그것은 아직 충분히 자료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보에 관한 사항이어서 공개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