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회사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TV를 보려면 30분에 100원씩 동전을 넣어야 하는 게 이해가 안간다는 한 입원환자였습니다.
팀내에선 "원래 병원들 그렇게 하는 곳 많지 않나?"며 시큰둥해하는 의견과, "요즘은 돈 안받던데 아직도 그런 병원이 있냐"며 격앙하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대학 병원 2곳을 직접 찾아 취재에 나섰습니다.
굴지의 대학병원인 A병원은 다인실에 한해 20분에 100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병원이 직접 '유료TV'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돈을 걷어가는 단체는 '00 청소년 복지회'라는 곳이었습니다.
이름만 들어선 청소년 복지단체처럼 들리지요.
환자들도 아까운 돈이지만 좋은 곳에 쓰인다니 참는다는 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확인결과 이 단체는 보건복지부나 지자체에 신고된 복지단체가 아니었습니다.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된 개인 사업자였습니다.
파악된 주소지에는 상가 건물에 사무실만 덩그러니 있는데 현판도 없고, 사무실은 잠겨있었습니다.
상가 주민들은 "복지회는 무슨 복지회, 사무실 빈 지 꽤나 오래됐다"고 전했습니다.
이 업체는 지난 2007년, 대학과 7년짜리 계약을 맺었습니다.
병원 다인실에 TV 300대를 설치해주고, 수신료와 케이블 요금까지 내는 조건으로 환자들을 상대로 유료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LCD TV 한 대가 80-90만원 정도 했으니 병원 입장에선 2억원이 넘는 예산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대신 TV 설치 비용과 수신료 등 부담이 환자에게 넘어갑니다.
병원이 환자 복지를 위해 마땅히 투자했어야 할 비용을 외부 업자에게 맡기는 대신, 환자들로 하여금 그 돈을 메우게 하는 방법을 쓴 것이지요.
다른 대학병원인 B병원의 예는 조금 다른 경우입니다.
B병원은 재단 안에 장학재단을 만들고, 여기서 대놓고 유료 TV 사업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수익금을 장학재단으로 가져가, 고교생과 대학생 수십명에게 장학금으로 주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지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수혜대상 가운데 대학생은 거의 대부분 같은 대학 학생들이었습니다.
자기 학생들 챙기는 데 환자들의 푼돈을 가져다 쓴 셈이지요.
좋은 곳에 쓰는 것은 맞는 일이지만, 여기에 환자 푼돈까지 보태는 게 맞냐는 이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병원들은 하소연합니다.
TV를 무료로 계속 틀어주자니 하루 24시간 틀어놓아 낭비가 불 보듯 뻔하고, 환자들 사이에 채널 선택권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다고요.
그렇다고 해서 이런 문제를 유료화로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을까요?
보도된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병원은 TV 시청에 아무 대가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TV 설치와 수신료 부담은 병원이 환자 복지를 위해 마땅히 지출해야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이 환자 복지를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곳부터 돌아보는 것이 먼저일 겁니다.
PS. 지난 14일(일요일) 방송한 '부실한 병원 식단' 보도와 관련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보건복지부가 SBS 보도가 나간 뒤 병원 식단과 관련한 실태 조사와 함께 대책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저희 SBS는 시청자와 함께 눈 부릅뜨고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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