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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문가 헤커가 전한 북한 우라늄농축시설

입력 : 2010.11.22 09:13


지난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 백악관에 영변 지역의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시설 추진 현황을 보고한 미국의 핵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20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방북보고서를 통해 영변 핵시설 견학기를 공개했다.

헤커 소장의 보고서에는 북한이 공개한 '원심분리기 2천 개 규모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상세히 묘사하면서 경수로 시설과 우라늄농축 시설에 대한 북한 측 관리의 설명은 물론 "현장에서 1천 개가 넘는 원심분리기를 볼 수 있었다"며 자신의 현장 시설 목격담도 적었다.

다음은 헤커 소장의 보고서 요지다.

◇영변 핵과학 연구센터 = 2004년 1월 이후 여섯 번째 방북이다. 이번 방북은 북한이 2009년 9월 선언한 우라늄농축 기술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현장을 보고 싶다는 요청으로 이뤄졌다. 11월12일 영변 지역에 갔고, 경수로 건설 현장과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 설비를 볼 수 있었다.

영변에서 몇 명의 영변 기술자들과 북한 원자력총국 인사들을 만났다. 기술책임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1980년, 1990년대에 2천MW 경수로를 2003년 무렵 제공받기로 하고 우리 원자로를 포기했다. 1990년대 초반 당시 50, 200 MW 흑연감속원자로를 구축했었지만, 그 시설은 지금 못쓰는 시설이 돼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우리는 생존을 위해 자체적으로 경수로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2009년 4월15일 외무성은 경수로를 추진할 것이라고 언명했다. 우리는 5MW 원자로에서 폐연료봉을 인출해 재처리해서 군부에 무기화를 위해 제공했다.

하지만 핵프로그램은 예상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전기를 공급하지 못했고,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전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경제적 자원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는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의 진전을 위해 노력하지만, 긍정적인 합의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영변 핵시설을 경수로와 파일럿 농축 설비로 바꿀 것이다. 우라늄농축을 발전시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우리는 어려움이 있지만 경수로 연료 주기를 진전시키고 있다. 경수로와 우라늄농축을 위한 장소를 지정했다. 이것은 첫 번째 단계고, 우선순위다. 설비 건설은 완성됐고, 설비는 가동되고 있다."

우리는 영변 시설을 3시간30분 동안 안내받았다. 북한 기술자들은 경수로와 우라늄 농축시설 등 2개 시설에 대한 기본만을 보여주라는 지침을 분명히 받았으며, 최소한의 질문에만 답변했다.

◇25∼30 MW 경수로 실험용 경수로 = 위성사진을 통해 건설공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였던 5MW 실험용 원자로가 있었던 장소로 안내받았다.

현장에서 가장 깊이 파여진 곳은 대략 7m 깊이, 가로 세로 40, 50m 가량이었다. 원자로 격납용기를 위한 28 평방미터 규모의 둥그런 콘크리트 기반도 보였다. 우리가 현장에서 목격한 원자로 격납용기는 약 1m 높이였다. 북한 기술자는 원자로 격납용기는 지름 22m, 두께 0.9m, 높이 40m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기술자는 100 MW 용량 수준으로 설계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전력 용량을 특정해서 말하지 않았다. 다만 에너지 전환효율이 30% 정도라고 밝혔기 때문에 역량을 25∼30 MW 급으로 추정했다.

북한 측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추진한 1천MW 경수로 규모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이 경수로는 과거의 흑연감속원자로와는 다른 것이라며, 우선 소규모 경수로를 만들고, 기술이 완성되면 대형 경수로를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 책임자는 이 건설공사는 올해 7월31일 시작됐다고 밝혔으며, 완공 목표일은 2012년이라고 말했다. 북한 측은 충분한 천연우라늄 광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자로 설계팀은 대부분 40대로 경험이 없으며 젊고 새로운 팀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자신들이 숙련된 흑연감속원자로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로 설계팀 멤버들은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영변 핵시설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었다. 과거 KEDO 경수로 멤버는 없다고 했다.

◇우라늄 농축설비 = 우리는 약 100n 길이의 또 다른 공장의 2층 제어실 전망대로 안내됐다. 전망대의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인 광경은 놀라웠다.

당초 북한에 있을 것으로 추정돼온 소규모의 원심분리기들이 아니라, 1천개가 넘는 깨끗한 현대식 원심분리기를 볼 수 있었다. 원심분리기들은 모두 가지런하게 정렬돼 있었다.

북한 기술 책임자는 지난해 4월에 원심분리기 설치가 시작됐으며, 수일전에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원심분리기는 지름 20cm, 높이 180cm로 추정됐다. 북한 책임자는 공장에는 2천개의 원심분리기가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원심분리기의 제원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우리가 파키스탄이 개발한 'P-1형 원심분리기냐'라고 질문한 데 대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책임자는 '모든 재료는 국내에서 생산한 것이지만 네덜란드의 알메로나 일본의 로카쇼무라의 원심분리기를 모델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축 용량은 연간 8천kg-SWU이며, 평균 3.5%의 저농축 우라늄을 제조할 수 있고, 건설중인 경수로는 2.2∼4%의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도록 설계돼있다고 말했다.

제어실은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이었다. 과거 1950년대의 미국이나 1980년대 구 소련의 재처리 시설이나 원자로 제어실과는 완전히 달랐고, 미국의 현대적인 처리 시설에도 적합한 수준이었다. 제어실 뒷면에는 작동 수치를 나타내는 LED 패널이 있었고, 컴퓨터 통제장치들이 가동되고 있었다. 제어실에서 나와 2명이 일하는 복구실도 둘러보았다.

나는 2천개의 원심분리기를 이렇게 빨리 구축할 수 있었던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며 현재 이 시설들이 실제로 가동되고 있느냐고 물어보자, 그들은 단호하게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들의 주장이 우리들이 직접 본 것들과 모순되지는 않았지만, 주장의 진위를 별도로 검증할 수는 없었다.

북한 책임자는 원심분리기에 주입하는 육불화우라늄(UF6)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이를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원심분리기 시설 규모에 맞먹는 충분한 처리용량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산화우라늄 제조 역량 여부를 물어보자, 그들은 산화우라늄 제조법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그것이 어렵고 문제에 봉착할 수 있지만 외부로부터 도움을 얻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변 핵시설의 고위 책임자는 현재 이 시설에서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내가 '국제사회는 이 시설이 고농축 우라늄 제조용으로 바뀌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그는 '제어실의 모니터를 보면 누구라도 저농축 우라늄을 만들기 위한 설비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2천개의 원심분리기가 완전히 작동되는 것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북한은 그들이 주장하는대로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거나, 조만간 그런 역량을 가질 것이다.

북한 주장대로 연간 8천kg-SWU 규모의 농축 역량이라면 북한은 연간 최대 2t의 저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고, 시설을 전환하면 최대 40kg의 고농축 우라늄을 제조할 수 있다.

더 큰 우려는 이 시설과 같거나 더 큰 용량을 가진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이 별도의 장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