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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법'…그 머나먼 여정

박진호

입력 : 2010.11.16 19:52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개정안, 올해 처리될까?


대-중소기업 상생이슈의 핵심쟁점인 <하도급 거래 공정화법>개정 문제가 끝내 올해를 넘길 것인가? 이 문제는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한 채  중소기업계와 정치권의 은근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의 최대 애로사항을 꼽으라면 국제 원자재값의 상승이 제 때 납품가에 반영되지 않는 것입니다. 대기업들의 과도한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막기 위해 그동안 정부와 국회에서는 3단계의 방안이 오랫동안 거론돼 왔습니다.

1)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 - 현재 시행 중

2) 납품단가 연동제 - 2010.8월 법안발의 
   :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자동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

3) 부당 납품단가 '징벌적 손해배상제' - 2009.11월 법안발의
   : 하도급 업체가 손해 본 액수의 3배를 대기업이 강제 배상하는 제도

현 정부 출범 당시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다름아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입을 적극 검토해왔지만 이후 '유야무야'됐습니다. 아마도 재계의 반발을 의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2008년 국제금융위기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중소기업 부도가 잇따르자 2009년 4월에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도입했습니다. 이것은 2)에서 설명한 연동제와는 다른 성격으로 '사안에 따라 협의'하는 방식입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국회 답변을 통해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먼저 1년 동안 시행해본 뒤 만일 안되면 당연히 시정해야한다"면서, 효과가 없을 경우 연동제를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타협적 정책의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1년이 지난 2010년 2월 공정위는 국회에 납품단가 조정협의제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물론 '성과가 크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3개월 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결과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납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 납품가에 완전히 반영한 곳은 전체 3.9% 불과, 44%는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시 중소기업계는 공정위의 조사방식에 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의원 24명은 공동발의로 2010.8월 '납품단가 연동제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논의를 거쳐 법안소위에 상정한 상태입니다. 민주당 의원 전원 찬성. 한나라당 의원들도 일부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측이 원칙적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올해 법안 처리는 미궁에 빠져있습니다. 정부에서 난색을 표하니 여당 측의 적극성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정부측 논리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시장경제원리에 반할 우려가 있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소기업대표들은 최근 (지난 9월) 청와대 간담회에서도 납품단가 연동제의 필요성을 대통령에게 역설한 바 있습니다. 이때 정부는 연동제 대신 기존의 '조정협의제'를 보강하는 조치로 답했습니다. '보복을 당할 수 있는 해당 중소기업이 아닌 중소기업협동조합에 조정신청권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를 포함한 하청업계는 여전히 "불공정 거래를 막을 '실질적 압박수단'은 국내에 없다"는 불만을 속으로 삭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나 등에서 이미 실시중인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경우, '민법상 실손해 배상원칙에 위배되고, 소송남용 우려가 있다'는 전경련 등 재계의 강력한 반대로 통과 가능성이 희박한 게 현실입니다. 최소한 납품단가 연동제 법안의 경우라도,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당연히 통과되야할 상생법안이라는 하청업계 여론이 높은 상황입니다.

현 정부가 새정부 임기를 시작하면서 고려했던 것들을 왜 이제는 '나 몰라라' 하는지 짐작은 갑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것 같은 법안의 장기표류를 추적하다보면, '무책임'과 '타성'의 그림자가 짙게 나타납니다. 기자로서는 마음이 쓸쓸한 일입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랑은 불가능에 대한 사랑'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