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먹는 병원밥은 얼마짜리?
입원을 해보셨거나, 입원한 가족을 간병해보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병원 밥'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회복을 위해 먹긴 먹어야하는데 영 맛은 없고, 반찬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경우가 많지요. 때문에 일부러 사식을 사서 드시거나, 다른 반찬을 가져다 먹는 환자도 많습니다.
왜 부실한 병원밥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걸까요?
◇ 병원밥은 2천500원짜리? NO 5천원 짜리!
건강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은 대부분 병원밥으로 2천500원 정도를 냅니다. 때문에 "2천500원짜리 밥이 그렇겠거니" 할 수 있는데, 오산입니다.
지난 2006년 정부 정책이 바뀌어, 입원환자 식대는 '환자가 내는 돈 + 건강보험 급여'로 구성됩니다.
2006년 이전엔 밥값 100%를 환자가 내던 것에서, 2006년 이후 '환자 반, 건강보험 반'으로 밥값 내는 주체가 바뀐 겁니다.
병원 규모나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고, 직영이냐 위탁이냐, 영양사가 있냐 없냐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입원환자 밥값은 보통 5천 원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 병원에서 환자들이 '5천 원 짜리' 밥을 먹고 있을까요? 5천 원에는 식재료 값 뿐만 아니라 '인건비와 관리비'가 포함됩니다.
병원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 월급도 줘야하고, 이를 카트에 실어 환자 병실까지 나르는 직원분들 급여도 줘야하니 밥값 5천 원엔 그 비용도 포함되는 게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런 인건비.관리비를 감안하더라도 병원 급식 질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 병원 급식 원가는?
취재팀은 실제 병원 급식의 질을 평가해보기로 했습니다. 서울 시내 병원 4곳의 점심 식사를 확보해 전문가에게 의뢰해 원가를 알아보기로 한 겁니다.
백옥희 수원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님께서 이 작업을 도와주셨습니다.
백 교수님은 취재팀에게 네 병원 식단을 넘겨받아, 일반 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의 가격을 근거로 추정치를 내주셨습니다.
그 결과 5천 원을 받는 4곳 병원 모두 2천200원에서 2천600원 사이를 기록했습니다.
나머지 2천400원~2천800원을 병원이 인건비.관리비 명목으로 가져간다는 건데, 이 중 실제로 얼마가 인건비, 관리비로 들어가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 병원 영양사의 고백
취재 과정에서 병원 직원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병원 밥값 문제에 대해 비교적 자세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병원 직원 A씨와 문답 일부를 옮깁니다.
기자: 병원 밥 질이 떨어진다는 민원이 많은데..
직원 : "우리는 식사를 다 병실로 갖다줘야 돼요. 아줌마들이. 그만큼 인력이 많이 투입돼야하고, 인건비가 비싸잖아요. 식재료비도 비싸고. 가스비, 수도비, 전기세, 인건비 그런 거 생각하면 비싼 금액은 아닌 것 같아요."
기자: 인건비 관리비가 전체 식대의 얼마를 차지하나요?
직원: "한 20-30% 들어가지 않나요? 그런데 지금 식재료비가 엄청 많이 차지해요. 알다시피 김치 파동 났었죠. 상추도 예전에 5, 6천 원이면 샀던 게 지금 2만5천 원 해요. 그러면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부식비가…"
기자: 그래도 5천 원 밥값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많던데..
직원: "그러면 식사가 5천 원 금액에 맞춰서 다 나가야돼요? 그러면 음식점은 음식 팔아서 돈을 안 남기나요, 하나도?"
"병원도 운영이 되려면 (남겨야겠죠. 하지만) 식대에서 그리 많이 남는 것 같진 않아요. 제가 봤을 때 식비에서 정말 남아서 병원이 운영되는 것 같진 않은데... 대학병원은 코스트가 더 비싸지 않나요? 5천 원 가지고는 그냥 현상유지보다.. 한 천 원이나 남겠죠? 내가 봤을 때 식기 하나당? 인건비, 관리비 다 넣어가지고 원가계산하고 그러면 천 원이나 남겠어요?"
기자: 그럼 천 원 이하쪽으론 병원 수입으로 갈 수도 있는 건가요?
직원: "그렇다고 봐야되겠죠. 제가 거짓말을 해서 '돈 하나도 안 남아' 이건 아니죠. 밥장사해서 돈 하나도 안 남진 않겠죠. 돈은 남겠지만 다른 데 비해서 조금 적게 남지않나, 중소병원은 조금 힘들지 않나 그래요."
기자: 위탁 급식하는 병원의 경우 더 문제가 있다고도 들었는데.
직원: "제가 위탁도 있어봤는데. 예를 들어서 밥 한끼당 천 원씩 병원에 계산을 해줘라. 이런 거 얘기해도 돼요?. 제가 계약한 건 아니지만 위탁의 단점이 그거예요. 잘 해주고 싶은데 천 원을 떼어줘, 이미. 위탁도 경영이 돼야하니까 남아야돼. 그게 위탁의 단점인거죠."
"직영급식은 4천 원 쓸 것을 4천 원 쓰면 되는데 위탁은 돈을 또 남겨야돼. 남아야되잖아요. (병원에 떼어주고 또 남긴다고요?) 안 남고 장사해요? 위탁이 그냥 들어가요? 봉사하는 거 아니잖아요.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도. 남아야되는 장사니까. 병원이 위탁업체들에게 '너희들이 알아서 운영해라. 우리는 상관 않겠다' 이럴 수도 있겠지만, 안 준다고 해도 위탁은 위탁대로 돈을 더 많이 남겨야하기 때문에...장사잖아요 이건, 밥장사."
◇ 감시자 역할 손놓은 정부
문제는 병원 밥값이 이렇게 왜곡돼 있는데도,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이 이 사안에 손을 놓고 있다시피 하다는 점입니다.
병원들이 청구해가는 식대를 꼬박꼬박 내어줄 게 아니라, 청구하는 식대만큼 식사 질이 보장되는지 검증이 전혀 안되고 있다고 합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산하 연구원의 연구에서 현재의 병원 식대에 실제 식사 질에 비해 너무 많은 보험금이 들어가고 있다는 결론을 내놓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병원 밥 값 문제에 대해 어떤 이들은 "당연히 병원이 조금 남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아픈 이들을 치료해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할 병원들에게 '밥장사'는 지나친 상술 아닐까요?
PS. 한 트위터 이용자께서 8시 뉴스 계정(@sbs8news)을 통해 "병원식은 환자 상태에 따라 일반식과 다른 식단으로 구성되는 걸로 아는데, 일반 식당의 가격과 비교하기 보다 병원식 자체의 영양 수준에 따른 가격을 문제 삼는 게 좋지 않냐"는 의견을 보내오셨습니다.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다만 이번 보도는 저염식 등 특정 환자들에게 소수로 공급되는 환자식이 아닌 대다수 환자들에게 공급되는 '일반식'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음을 알려드립니다. 영양 수준에 따른 가격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좋은 취재거리가 될 걸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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