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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위원장이 무슨 대단한 감투라고

우상욱

입력 : 2010.11.10 16:04|수정 : 2010.11.11 14:25


지난 2002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폭력 사건과 관련된 피의자였는데 검찰 수사관들로부터 심문을 받으면서 이른바 물고문과 구타를 당한 것입니다. 당연히 검찰 안팎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대명 천지에 사회정의와 함께 인권보호를 핵심임무로 하는 검찰이 피의자를 고문하다 죽이다니요. 검찰은 존재 근거까지 흔들리면서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명재 검찰총장이 수사 지휘부 가운데 어느 누구보다도 먼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즉시 옷을 벗었습니다. 사실 당시 이 총장이 고문을 지시했던 것도 아니고 수사를 직접 지휘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지나치게 스스로에게 엄격한 조치를 내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총장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무겁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인 덕분에 검찰은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진상을 규명했고 위기의 강도에 비해서 무난하게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을 진 이명재 당시 총장의 공이 컸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요즘 조직의 수장으로서 이렇게 책임을 지는 태도와 정반대의 모습을 연출하는 2명을 보고 있습니다. 우선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실 현 위원장은 발탁 당시부터 말이 많았습니다. 단순히 법학자일 뿐 인권 전문가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전공 분야가 인권과 무관했을 뿐더러 인권 문제를 논한 논문조차 쓴 적이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본인 스스로 "인권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고백했겠습니까.

우려했던대로 현 위원장은 사사건건 다른 위원들은 물론 위원회 직원들과 마찰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모 여권 인사가 현 위원장 사태에 대해 "이념 분쟁"이라고 표현했다고 하죠. 저는 거꾸로 현 위원장이 인권을 이념적으로 접근한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본래의 소명에만 촛점을 맞추지 않고 '이게 혹시 좌파적 시각이 아닐까, 좌파 이념에서 나온 문제제기 아닐까'하는 딴 생각을 하다 인권 보호 본연의 사명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심지어 한나라당의 추천으로 위촉된 인권위원마저 박차고 나갔으니까요.

나아가 현 위원장은 인권에 대한 시각이나 전문성에 문제가 있었을 뿐 아니라 조직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더 큰 결격 사유가 있습니다. 위원회라는 것은 독임제 조직의 폐해를 막기 위한 구성 체제입니다.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대신 위원들과 논의와 합의를 통해 모든 일처리를 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런 위원장이 독선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다 반발을 사서 모든 위원들이 사퇴하고 직원들이 사임 촉구 성명을 낼 지경이 됐다면 더 이상 그 조직을 이끌 능력과 자질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죠.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우기며 자리에 연연해 하는 모습은 추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조희문 영화진흥회 위원장의 모습 역시 만만치 않게 추합니다. 영진위는 우리 영화의 발전을 위해 수행해야할 수많은 과제와 책임을 맡고 있는 조직입니다. 그런데 조 위원장이 들어와서 도대체 한 일이 뭐가 있죠? 오히려 지원작 선정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다가 영화인들의 거센 반발을 사면서 분란만 일으켰습니다. 

결국 임명권자인 문화관광부 장관까지 스스로 물러나라는 신호를 계속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버티더니 결국 해임을 당하자 소송으로 맞대응을 하겠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엇을 증명하고 싶은 것이죠? 정치적 소신이 달라서 탄압을 받았다는 건가요? 아니면 정당하게 업무를 수행했는데 반대 세력의 음해를 받았다는 것인가요? 

부도덕하고 비상식적인 일처리로 임명해준 측으로부터도 외면을 당한데 대해 어디에 책임을 돌리고 누구의 탓을 하려는 것인지 도저히 속내를 모르겠습니다.

현병철 위원장이든, 조희문 위원장이든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생계를 위협받는 분들이 아닙니다. 그러니 당장 먹고 살 걱정 때문에 자리 보전에 연연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고 인권위원장이나 영진위원장이 무슨 대단한 감투라고요. 엄청난 정치권력이나 경제력을 휘두르는 자리는 아니지 않습니까. 사실 명예로운 직위일 뿐이죠. 지금 상황에서 이 분들이 그나마 남은 명예라도 잃지 않으려면 깨끗하게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는 것외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두 조직이 위원장들로 인해 파행을 겪으면서 식물화 되는 것을 막겠다는 충정이라도 보여줘야 위원장직을 맡은데 대한 일말의 명분이라도 남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