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기회비용 개념이 생활 속에 박혀있는 경제학자들은 이 말을 즐겨 씁니다. 현재 예상치 못한 이익을 누리더라도 결국에는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뜻이죠.
최근 물가 급등세를 보면 이 말이 여실히 다가옵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로 낮춘 뒤 16개월 이상 동결했습니다. 예상보다 한국 경제는 회복 속도가 빨라 뚜렷한 경제성장을 일찍 보였지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계속 동결했었고 물가상승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김중수 총재 취임 이후 지난 7월 한 차례 0.25%P 금리 올린 뒤 다시 '대외여건, 부동산,환율'을 이유로 들며 석 달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물가 상승' 이라는 녀석은 동화 '알라딘'에 등장하는 램프의 요정 '지니' 같아서 한 번 급등세를 타기 시작하면 좀처럼 고삐를 잡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도 당장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1년 뒤에야 정책 효과를 발휘한다는 거죠. 물론 금리인상이 적절한 강도로 이뤄지면 물가상승 기대심리를 꺾을 수 있기는 합니다.
최근 물가상승률을 보면 서서히 고삐 풀린 물가가 활개를 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들게 했습니다. 지난달 발표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 상한선인 4%를 넘어선데 지난달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5%를 기록하면서 2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생산자 물가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출하할 때 잡히는 일종의 도매 물가입니다. 생산자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을 때마다 물가 급등 원인은 일시적인 농수산품 가격 급등 때문이고 농수산품 값이 진정되면 안정될 것이란 반응을 보였지만 상황은 그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됩니다. 실제 지난달 생산자 물가를 보면 농수산품 생산자 가격은 한 달 전보다 7.1%나 떨어졌는데도 생산자 물가는 넉 달째 전달보다 오름세를 나타냈습니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1차 금속제품이 15.8%나 올랐고 석유와 화학제품이 많이 올랐기때문이죠. 원자재를 거의 100% 가까이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을 감안하면 결코 쉽게 넘길 수 없는 대목입니다.
세계적인 금융그룹 메릴린치의 분석에 따르면 국제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하면 2분기 뒤 한국의 소비자 물가는 0.52%P 뛰고, 국제원자재 가격이 30% 뛰면 한국 소비자 물가는 2분기 뒤 1.56%P 오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근 미국이 2차 양적 완화를 통해 6천억 달러의 돈 폭탄 공세를 하고 있어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원자재 값이 뛰고 있는 추세이기때문에 국제 원자재 가격은 더욱 상승세를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은행이나 정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싸질 것을 기대했지만 지난달 생산자 물가를 분석해 보니 환율 하락 폭보다 에너지 가격 상승 폭이 더 크면서 에너지 가격이 오히려 올랐습니다. 정부가 몇 몇 제품을 골라 가격을 감시하는 수준의 물가 대책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워 보인다는 뜻입니다.
물가 기대 심리는 치솟고 있고,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여서 저축으로 돈을 유인할 수도 없고, 시중에 풀린 돈은 엄청난 상황이라면 시간이 지나 나타날 수 있는 결과는 자산가격 거품과 물가상승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몇 몇 제품의 가격을 감시한다고 해도 다른 제품 가격이 뛰는 풍선효과가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여건입니다.
이미 늦었다는 비판이 많지만 지금이라도 금리 인상 기조를 확실히 해 기대 인플레이션이라도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적 이유로 이 시기를 놓치게 되면 내년 물가상승이 서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자산가격 거품이 사회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그때가서 대책을 세우려면 더욱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아마 지금보다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며 가파른 금리 인상이 더욱 국민들을 힘들게 할 수 밖에 없는 시기가 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금리인상 같은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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