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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하도야 검사에 대한 현직 검사들의 평가는

우상욱

입력 : 2010.11.08 15:20|수정 : 2010.11.08 17:45


청목회 입법로비 수사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검찰이 정면대결을 벌이는 양상입니다. 야당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탈하는 행위라며 김준규 검찰총장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여당도 검찰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내며 격한 어조의 항의 성명을 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정치권의 이런 반응은 조금 어이 없습니다. 죄가 있다면 수사를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없는 죄를 만들어내려 한다면 항의 해야겠지만 국회를 아예 수사할 수 없는 성역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는 영 마뜩치 않습니다.

다만 이전 취재파일에서 밝혔듯이 검찰의 잣대가 사안에 따라 들쭉날쭉 달라지는데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비판도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의 잣대를 느슨하게 해달라'가 아니라 '청와대나 검찰 내부 비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주장이어야 하겠죠.

어떻든 정치권과 검찰의 대립이라는 작금의 사태에서 왠지 강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최근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인데…하는 순간 아! 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바로 SBS에서 방송중인 드라마 '대물'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죠. 열혈검사 하도야 검사가 집권당 대표를 소환조사하자 여당이 공식적으로 검찰에 항의 성명을 내는 모습이 방영된 바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집권 여당이 대통령에게 강한 어조로 항의하기도 합니다. 드라마 '대물'이 지나치게 현실을 과장하거나 희화화 한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적어도 정치권 묘사만큼은 그렇지도 않나 봅니다.

그럼, 검사들은 하도야 검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어떤 평가를 내릴까요? 몇몇 편하게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검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리 썩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더군요.

우선 하도야 검사의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드라마상으로 하도야 검사는 경력이 매우 일천한 검사입니다. 첫 근무지인 서울중앙지검에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남송지청으로 쫓겨갔으니 초임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 검사에게 집권당 대표의 뇌물 혐의와 같은 민감하고 파장이 큰 수사를 단독으로 맡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입니다.

설사 하도야 검사가 모종의 사건을 수사하다 결정적인 수사 단서를 찾아냈고 자신이 계속 수사하고 싶은 의지를 피력한다면 하 검사를 대검 중수부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쯤으로 파견명령을 내서 선배검사의 지휘와 지도 아래 정예 수사팀과 함께 수사를 하게 만든다는 설명입니다.

만약 수사에 착수할 만한 단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아예 내사에서 입수한 첩보를 상위 청에 보고하게 한 뒤 사건을 종결하도록 지시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느 경우든 신참 검사가 혼자서 집권 여당 대표를 지방 말단 지청으로 불러 조사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 없다는 것이죠.

또 하도야 검사의 요령부득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많이 했습니다. 검사는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내사 대상자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 수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합니다. 수사의 생명은 '보안'이라는 것입니다. '보안'을 유지하지 못하고 피내사자가 검찰 조사를 초기에 감지해버린다면 결정적인 증거를 없애버리거나 관련자들을 회유, 협박해서 입을 맞춰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대상자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인사일 경우 더더욱 보안은 수사의 요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하 검사는 일 없이 여당 대표를 찾아가서 '협박성' 발언을 하고, 기자들이 있는 공식석상에서 망신을 주는 등 상대방을 자극함으로써 애당초 수사를 망가뜨렸다고 비판합니다. '독수리는 먹이를 낚아챌 때까지 절대 발톱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속담을 들어가며 말입니다.

아울러 하도야 검사의 일부 행태는 검사로서의 자부심을 넘어 권한남용의 혐의를 둘 수 있다고 꼬집습니다. 검사가 적절한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직접 참고인이나 피의자를 만나 물리력을 동원해가며 강압 수사를 하는 것은 딱 걸리는 권력남용 범죄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아무리 억울한 누명을 덮어 씌웠다고 해도 자신을 제보한 제보자를 찾아가 폭행한다면, 바로 정신병자 취급을 당할 것이라고 고개를 젓습니다.

현역 검사들은 하도야 검사의 불의를 미워하고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는 정신이나 권력 앞에서 움츠려들지 않는 기개는 높이 살 만하다고 말합니다. 다만 돈키호테식으로 날뛰는 모습으로 표출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검찰을 나름 오랫동안 출입하면서 수사 현실을 지켜봐온 기자로서도 현직 검사들의 이런 지적은 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하도야 검사가 현실에 있었다면 '폭력 검사', '협박 검사' 등의 사회적 지탄을 받고 진작에 옷을 벗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나 국민들은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는 검사들보다 하 검사에게 더 강한 매력을 느끼고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 검사가 권력자들을 비판하고, 망신을 주고, 심지어 물리적으로 응징을 하는 모습을 보며 통쾌해 합니다. 하 검사가 사회적 약자 앞에서는 약해지고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마음에 흐뭇해합니다. 하 검사가 정치 권력의 힘에 꺾여서 좌절하고 낙담할 때는 함께 가슴 아파합니다.

하 검사가 드라마 속에서 재기해 더욱 정의를 외치며 날뛰기를 바랍니다. 왜일까요? 현실속 검사들이 거악 앞에서 지나치게 몸을 사려서일까요, 수사의 요령을 부린다며 비상식적인 처사에 눈을 감아서인가요, 아니면 힘 없는 사람 앞에서는 기세등등하면서 사회적 권력을 가진 자 앞에서는 약해지기 때문일까요. 현실속 검사들은 하 검사를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아, 사족을 달자면 검사는 드라마에서 가끔 멋있는 역할로 나오는 경우라도 있지만 기자는 그마저도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듭니다. 기자들은 허구의 세계에서는 왜 하나같이 '잡놈'으로 묘사되는지 가끔은 몹시 억울합니다. 혹시 제 글을 보고 억울하다 느끼는 검사들은 이런거로라도 위안을 삼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