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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비린내, 생선 비린내

김요한

입력 : 2010.11.03 15:18|수정 : 2010.11.04 12:52

그 굴비상자에는 뭐가 들어있었을까?


오늘은 비린내 나는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씨앤그룹 수사로 검찰이, 정확히는 대검이 시끄럽습니다. 연일 전현직 그룹 관계자들이 검찰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고 있고요, 관련 내용과 의혹도 하루가 멀다하게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솔직하게 까놓고 이야기를 하자면 씨앤그룹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긴 합니다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분들이 훨씬 많지 싶습니다. 누가 뭘 어떻게 잘못했다는 것인지, 그게 얼마나 분기탱천할만한 범죄인지 들어도 잘 이해 안되고, 그림도 잘 안그려지니까요. 혹 지금 본인이 그러하시다면.. 지극히 정상입니다. 걱정마세요. ^^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착복해 떵떵거렸거나, 그렇게 만든 돈으로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하고 다녔다거나, 뭐 이렇게 '딱 떨어지는' 그림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뉴스를 보는 분들 뿐 아니라,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수사를 하는 검사들도요.

하지만, 검찰 수사가 십수일째 계속되고 있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비리' 이야기는 터져 나오질 않고 있습니다.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그런 분들은 우상욱 기자의 블로그를 참고하세요 ^^) 눈에 불을켜고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자들 입장에서는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닌 게 사실입니다. ☞ 우상욱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그렇게 답답하던 중 임병석 회장의 로비 정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상득 의원에게 돈다발을 전달하려 했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 거죠. 하지만 전언을 가지고 기사를 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일부 그렇게 쓰는 매체도 있기는 합니다만, 방송 기사로는 어림없는 이야깁니다) 법조팀 선배와 기사를 어찌 쓸까 고민하다가, 이상득 의원에게 직접 확인을 하기로 했습니다. (정치부에서 근무했던 김정인 기자가 한 때 이상득 의원의 마크맨 이었거든요) 실패한 로비여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게 사실 확인이 됐습니다.

이 의원과의 대화 내용을 복기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 의원님, 2008년 10월에 임병석 회장 만나신 적 있으세요?

= 무슨 얘기야? 난 그 사람 만난 적 없는데?

- 임 회장이 굴비상자에 돈 담아서 건네려고 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 누가 그래? 무슨 소리야?

- OOO씨 소개로 여의도 OOO호텔 일식당에서 뵌 적 없으세요?

= 아, 일식당이 아니고 OOOO이야. 직접 보지는 못했어.

- 어떻게 된 건지 말씀 좀 해주시죠?

= 그날 나는 OOOO에서 알고 지내던 당직자를 만나기로 했었어. 그 당직자가 자기 개인적인 부탁을 하면서 임병석이를 좀 만나시면 어떠냐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 사람을 왜 만나냐?"고 했더니 '착실한 기업가고, 꿈도 크고 그런데 좀 만나보시라'고 하더만. 그러더니 임 회장이 보냈다면서 굴비상자를 들여오는 거야. 그래서 치우라고 그랬어. 무슨 짓이냐고. 난 상자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몰라. 그냥 안 만나겠다고 하고 돌려보냈어.

전해 들은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대답이었습니다.

이 때는 씨앤그룹이 자금난으로 상당히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습니다. 임 회장이 현 정권 최고 실세에게 구명로비를 시도했던 거죠. 당사자 확인을 끝내고는 회사에 기사를 쓰겠다고 보고했습니다. 혹시라도 여기저기 알려지면 쓸데없는 압력이 들어올 수도 있으니 은밀히 취재했습니다. 당시 로비가 이뤄졌던 호텔을 찾아가 해당 장소들을 확인하고, 촬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보도를 했습니다.



이상득 의원 실명을 박아 보도하지 않은 이유는, 기사가 지적하는 본질을 조금이라도 흐릴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씨앤그룹 임병석 회장보다, 이상득 의원의 지명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자칫 '이상득 의원의 호통'이 부각되면 뭔가 홍보성 기사가 될 수도 있겠다고 판단한 거죠. 임병석 의원이 현 정권 최고실세에게 달러로 로비한 것이 확인됐다는 데 초점을 맞춰 기사를 썼습니다. (하지만 저희 팀 판단과는 다르게 생각했던지, 다음날 보도국 편집회의에선 파장이 큰 기사인데 실명을 박지 않았다고 지적을 받았습니다;;)

뭐 여기까지는 대충 상상하실 법한 내용입니다. 재미있는 건 그 다음 입니다.

단독보도가 나가자 기자실이 한바탕 어수선해졌습니다. 여기저기 매체들이 서둘러 확인을 하고 기사를 작성하더군요. 당시 이 의원을 연결해 주려던 한나라당 당직자는 기자들에게 이런 해명을 했습니다. "당시 임 회장이 굴비 2상자를 가져왔는데(당직자 것 + 이상득 의원 것) 이 의원이 안 가져가시길래, 나중에 아까워서 내가 가져다가 먹었다. 상자 안에는 굴비가 들어있었고 참 맛있었다. 달러는 없었다."

이미 씨앤그룹 관계자들 내부에서는, 또 일부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당시에 임 회장이 굴비상자에 달러를 담아 가지고 이 의원을 만나러 갔다가 얼굴이 벌게 지도록 호통을 듣고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퍼져있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그런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겠습니까?)

아까워서 남은 굴비를 갖다 먹었는데 맛있더라고요? 해명을 듣고난 기자들이 모두 껄껄 웃었습니다. 일부 기자는 이런 농담도 하더군요. "아까 기사 내보냈더니 전라도 영광 사람한테 항의 전화 오더라. 아까워서 굴비를 먹다니 그게 뭔소리냐고. 굴비가 얼마나 비싼데.."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니 시간이 조금 지나면 전모가 드러나겠지요. 조금 더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 보십시다. 열심히 취재해서 또 새로운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