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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발언 논란'…국회 면책특권 인정기준은

입력 : 2010.11.02 20:19

'허위 사실인 줄 알고 적시' 했을 땐 보장 안 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대통령 부인 로비 의혹 '몸통 발언'으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민·형사상 책임 여부와 과거 논란이 됐던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일 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해 면책특권을 인정하며, 이는 국회의 소관 직무 활동이 이뤄지는 모든 장소에서 적용된다.

본회의와 위원회, 간담회, 의사당 외부 등이 포함되며, 국회의원의 직무상 행위는 직무 자체와 그 직무에 부수하는 행위를 포괄한다.

면책특권의 대상과 범위에 관한 첫 판결은 1986년 당시 유성환 신한민주당 의원의 '국시(國是) 논쟁' 사건이다.

유 전 의원은 국회에서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는 내용의 대정부질문 질의 원고를 기자들에게 사전 배포해 논란이 됐다.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대법원은 1992년 "면책특권에 해당되기 때문에 재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법원은 유 의원의 행위가 공개회의에서 언급할 발언 내용인 점, 회의 시작이 임박한 30분 전에 이뤄진 점, 장소와 대상을 한정해 배포한 점, 보도의 편의를 위한 점 등의 사유로 면책특권을 인정했다.

1997년에는 추미애 당시 국민회의 의원이 국회에서 '국민신당의 부산 건설업체 자금유입설'에 관련한 자료를 사전 배포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됐지만 검찰은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반면 판례에 따르면 국회에서 한 발언일지라도 명백히 허위임을 알고서 허위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면책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2007년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허태열 전 한나라당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면책특권을 인정해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지만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한했다.

당시 재판부는 "면책특권의 목적 및 취지 등에 비춰볼 때, 발언 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까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2005년 8월 옛 안기부의 도청 녹취록을 인용해 삼성그룹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이른바 '떡값 검사'의 실명이 담긴 자료를 국회 법사위원회 회의에 앞서 배포했다가 민·형사 소송에 휘말렸으며 두 재판에서 면책특권의 범위를 놓고 각기 다른 판단이 나왔다.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발언 내용을 서면으로 국회 외의 장소에서 배포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면책특권의 범위에 포함되는 직무부수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형사 항소심은 '직무상 발언에 부수적으로 이뤄진 것이고 면책특권이 인정된다'고 공소기각 판결했다.

이 사건은 각각 항소심과 상고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 확정 판결이 나오면 면책 특권의 범위를 더 구체화하는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위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면책특권이 인정된다.

대법원은 이 전 비서관 사건의 민사소송 판결에서 "비록 발언 내용에 다소 근거가 부족하거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한편 국회법 제146조에는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관한 발언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는 직무와 무관한 개인적 이야기나 폭력행위, 모욕적 언사 등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이라도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