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 위반사범 '추적 손 놨나?'
호화유람선을 타고 제주에 온 뒤 종적을 감춘 중국인들이 보름이 지나도록 행방이 묘연해 출입국관리 당국과 경찰 등의 무단이탈자 추적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무비자 입국지역인 제주도에서는 지난달 17일 국제유람선 코스타 클라시카(5만2천t급)호를 타고 제주항에 입항했던 1천300여명의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 44명(남 30명, 여 14명)이 두세명씩 짝을 지은 뒤 대열에서 이탈해 잠적했다.
경찰과 해경은 사건 당일 제주시내 호텔 2개소에서 공모(20)씨 등 11명을 검거하고, 사흘 뒤인 20일 광주시내 한 주택가에서 양모(43)씨를 붙잡았지만, 나머지 32명은 잠적 16일째인 2일 현재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어디 숨었나"..기관 간 '이견' = 잠적한 중국인들의 행방을 놓고 육·해상을 각각 담당하는 경찰과 해경은 책임소재를 의식해서인지 견해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경찰은 무단이탈했다가 처음 검거된 중국인 중 2명이 출입국관리사무소 조사에서 "제주를 빠져나가 다른 지역에서 취업하려고 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토대로 이미 도외로 나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제주경찰청 외사계 관계자는 "지난달 19일 오후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갔던 중국인 한명은 취업 알선책을 만나려고 광주로 갔다가 잡힌 것"이라며 "나머지 이탈자도 해상을 통해 이미 다른 지방으로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그동안 붙잡은 중국인 12명의 진술기록과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토대로 취업과 이동, 모집 알선책 등을 검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해경과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잠적한 중국인들이 펜션이나 아파트 등지에 숨어 아직도 제주에 체류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해경 외사계 관계자는 "그동안 무사증 입국자들의 도외 이탈 시도는 통상적으로 잠적한 지 1∼2주가 지난 뒤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해경의 검문검색도 강화된 만큼 그들이 도외 이탈 시기를 늦췄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해경은 제주 연안에 경비정을 10척 이상 배치해 출항하는 어선과 화물선을 중점으로 검색하고 있으며, 제주시내 각 선착장에 형사들을 배치하는 등 이탈한 중국인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무사증 이탈자 급증..문제는 = 제주도에 대한 무사증 입국제도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최대 30일까지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2002년 4월에 도입됐다.
그러나 제도를 악용해 제주를 국내 불법 취업을 위한 '경유지'로 삼는 중국인 관광객도 점차 늘어 출입국관리 당국이 애를 먹고 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과 2009년 무사증으로 입국한 뒤 이탈한 중국인은 각각 406명, 346명이었으나, 올해는 지난 8월까지 636명이나 무단이탈한 것으로 나타나 출입국 관련 기관의 이탈방지 대책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제주출입국사무소의 경우, 입국 심사 과정에서 불법체류 가능성을 확인하고는 있지만, 이름과 생년월일만 기록된 서류를 검사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불법 체류 사실이 없으면 입국을 거부할 명분이 없는 등 불법체류자를 구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크루즈 선박에 대한 입국 심사를 맡는 심사과 항만팀은 직원이 겨우 3명에 불과해 1천명이 넘는 유람선 관광객들의 여권을 일일이 열어보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이처럼 출입국 관리체계에 구조적 문제가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 무단 이탈자들의 육·해상 이동을 차단해야 하는 경찰과 해경의 수사력마저 시원치 않은 실정이다. 이는 2008년 이후 무사증 이탈자 1천388명 가운데 검거된 인원은 고작 175명(12.6%)에 불과한 것만 보더라도 분명해진다.
지난달 제주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나섰던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경찰이 장비와 인력의 한계로 탐문에만 주력한 결과 중국인 이탈자들의 탈출 루트를 차단하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장 의원은 "현재 제주도 외사 인력으로는 무사증 이탈자에 대한 추적 수사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수사 인력과 밀입국 및 밀수 전문 요원을 보강하는 한편, 각 입국 루트와 탈출 거점에 X-RAY 화물투시기 등을 갖춰 면밀하고 신속한 심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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