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내일 학교에 제출할거니?"
"이게 뭔대?"
"응, 봉사활동 확인서야."
"나 이거 안했잖아."
"그렇지. 내가 해 준 거야."
"나는 않 했는데, 내도 돼?"
"봉사활동 점수 준다니까 내면 좋겠지."
"나, 그냥 안 낼래."
"왜?"
"내가 한 것도 아니니까."
이는 오늘 오후에 나와 딸 아이 사이에 나눈 대화다. 한창 말이 많은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관한 봉사활동확인서를 두고 하는 거였다.통계청에서 인터넷으로 조사한 사항에 봉사활동확인서를 발급해 준 것이었다.직접해보니 5분만에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주소에 관한 사항은 두고두고 말썽거리가 될 듯 했다. 나도 주민등록상에는 연립주택의 201호에 살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실제 주소는 또 301호에 살고 있다. 그러니 우편물이 와도 201호에 두 집 봉투가 끼어 있을 때가 많다. 솔직히 이번에도 주택조사에서도 201호로 했지만 딸아이 봉사활동확인서를 발급받을 때는 301호로 했다. 어쩌면201호에 사는 분들과 겹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이번 조사 사항에서 의아한 게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주택의 연한을 묻는 질문이다. 솔직히 내가 살고 있는 연립주택이 몇 년에 지어진 것인지 알지 못한다. 또 알고 싶지도 않다. 왜냐하면 그만큼 낡았기 때문이고, 전세값도 껑충 뛰어버린 까닭이다. 그래서 나는 10년 됐다는 곳에 표기를 했다.그렇다고 전세값이 얼만지, 월세는 또 얼마에 주고 사는지, 그걸 묻는 조항은 전혀 없었다. 어쩌면 현실성과는 동떨어진 주택조사이지 않나 싶었다.
어찌됐든 이번 봉사활동확인서는 나와 딸아이 사이를 난감하게 한 이물질과 같은 것이었다. 자기가 하지도 않은 2시간 짜리 봉사활동확인서를 내가 인쇄해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딸아이를 위해 작성한 것은 잘못이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통계청에서 잘못 조장한 일일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그릇된 길로 따라오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어찌됐든 딸아이가 그런 말을 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 하지도 않는 봉사활동이었는데 그것을 발급받아학교에 제출하라고 했으니 나로서도 무한할 뿐이었다. 앞으로딸아이가그런 길로 쭉 갔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건 어른들의 몫이자, 또 정부의 몫이기도 할 것이다. 아무쪼록5분짜리 인구주택총조사에, 2시간짜리 봉사활동확인서를 발급해 주는 부분은 깊이깊이 생각해야 봐야 할 것 같다.
권성권 SBS U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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