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의 '중재자'를 자임한 정부의 노력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Korea Initiative)로 꽃을 피울 예정이다.
개도국의 구체적인 개발지원방식을 정하는 '개발의제'와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 구축방안에 대한 논의인 코리아 이니셔티브에는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으로 단기간에 올라선 우리나라만의 유일무이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국과 신흥ㆍ개도국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서울 정상회의에서 개발의제와 금융안전망 구축이 일단락되면 G20이라는 시스템에서 배제된 약소국들에는 G20의 정당성을 한층 높이고, 개도국과 선진국이 '상생'할 수 있는 토대도 다져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회의 이후에는 개발의제의 '다년간 행동계획'에 대한 점검이 계속 이뤄지고 금융안전망 구축방안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면서 두 의제는 G20 체제에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함께 성장하자"..개도국 지원방식 구체화 개발의제는 개도국에 대한 지원방식을 상세히 정해 G20 차원에서 개발을 위한 `다년간 행동계획'을 마련한다는 논의다.
이 의제는 개도국의 개발원조 방식을 기존의 자금지원 일변도에서 벗어나 개도국의 자체 성장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른바 '경제성장을 동반한 개발'로, `물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개발의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개념이다.
지난달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참가국 장관들은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복원을 촉진하기 위한 G20 개발 실무그룹의 다년간 행동계획을 기대한다"며 "2015년까지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달성할 것을 약속하고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이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재강화할 것"이라고 선언해 개발 의제의 당위성을 재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구체적인 개발 지원방식을 정한 `다년간 행동계획'이 확정될 예정이다.
개발 의제는 선진국이 개도국을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윤리적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신흥개도국과 선진국이 마찰을 빚는 `세계경제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직접적인 방법의 하나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개도국의 성장을 지원해 선진국들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도 이득이다.
또한, 전통적인 선진국과 일부 선두 신흥국들만이 참여하는 G20이라는 체제에 불만을 느낀 대다수 개도국을 달래는 차원에서도 개발 의제의 구체적인 성과물이 서울 정상회의에서 나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부는 G20 회원국들로부터 인프라, 무역, 인적자원개발, 지식공유사업(KSP) 등 개발 의제와 관련한 계획안을 제출받아 이를 10여 개 항목으로 압축, `다년간 행동계획'을 확정한 뒤 이를 서울 정상회의에 제출해 G20의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금융안전망 논의 일단락, 서울 이후에도 제도개선 계속 모색 GFSN 구축논의 역시 개도국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대표적인 의제 중 하나다.
선진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의 여파로 약소국들이 국가부도 직전의 사태로까지 치닫는 등 피해가 막심했던 사례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에 힘입어 시작됐다.
지난 4월 워싱턴 재무장관회의에서 G20의 공식의제로 처음 채택된 뒤 6월 부산 재무장관회의에서 올해 하반기에 금융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6월 토론토 정상회의에서는 정상들이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서울 정상회의 때까지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하면서 GFSN 의제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8월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출제도 개선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충분한 재원 ▲확실한 지원 ▲낙인효과 최소화 ▲도덕적 해이 유인 최소화 등의 원칙을 중심으로 논의돼온 금융안전망 구축 과제는 최근 IMF의 대출제도 개선을 이끌어낸 우리 정부의 노력이 인정돼 이제 G20 정상들로부터 승인을 받는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서울 회의에서는 지난 8월 말 IMF 이사회가 탄력대출제도(FCL) 개선과 예방대출제도(PCL)의 신규 도입을 핵심으로 한 대출제도 개선안을 정상들이 최종 승인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칭 글로벌안정메카니즘(GSM) 구축방안과, 지역 금융안전망과 IMF 대출제도를 연계한다는 계획에 대한 논의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환율갈등과 IMF 개혁문제 등 다른 현안에 밀려 충분히 논의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다만, G20은 이들 금융안전망 구축방안에 대한 논의를 내년 프랑스 파리 정상회의에서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금융안전망 구축방안이 내년에도 G20의 주요 의제로 남게 됨에 따라 그동안 이 논의를 주도해온 우리 정부의 영향력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융안전망 구축 의제가 폐기되지 않고 G20이 논의를 계속하기로 약속함에 따라 지금까지 논의됐던 내용에서 더욱 발전한 형태의 안전망 구축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