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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각국이 거는 기대와 입장

입력 : 2010.10.31 11:07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 임하는 각국의 관심사는 글로벌 무역불균형 시정을 위한 환율 조정과 희토류 금속 등 무역분쟁의 중재,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 개혁,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원조 등 다양하다.

저마다 처한 입장이 조금씩, 또는 확연히 다르긴 하지만 자국에 절실한 이슈들이 이번 회의에서 논의돼 해법이 마련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환율, 전쟁이냐, 화해냐

서울 정상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끌 사안은 글로벌 경기회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각국의 환율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미국 국채를 사들이고 있는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상해야 한다고 압박해 환율전쟁의 형태로 비화했다.

최근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갈등이 봉합되기는 했으나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일본도 엔화가치 급등으로 수출을 비롯한 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아 이 문제의 시급한 해결을 바라고 있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라 지난 9월15일에는 엔화를 풀어 달러를 사들이는 약 2조1천억엔의 시장개입을 했지만 중국의 통화가치 절상을 위한 국제 포위망에 구멍만 냈다는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했을 뿐 엔화 강세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이 때문에 선진국들이 궐기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통화가치 절하에 제동을 걸어주길 바라고 있다.

브라질 역시 환율 문제에 민감하다. '환율 전쟁'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하기도 한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지난 28일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 조작 지수' 창설 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하기도 했다.

IMF를 통해 어떤 국가들이 인위적인 방법으로 자국 통화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지수를 만들자는 것으로, 공식 제기될 경우 적지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수출주도형 경제를 추진하고 있는 터키 등도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부각되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율 문제와 IMF 지분 조정 문제의 '빅딜'로 중국이 한숨 돌렸다고도 볼 여지도 있으나 참가국들은 경주회의에서 합의된 '시장결정적 환율제도'를 중국이 이행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할 태세여서 불씨는 살아있다.

더구나 중국은 IMF 지분 확대 요구를 충족시킨 상황이어서 상대국들의 위안화 절상 요구를 마냥 무시하고 넘어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위안화에 점진적으로 탄력성을 부여하겠다는 대원칙을 강조하면서 자국 경제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급속한 위안화 가치 상승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원무기화 진정될까

일본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갈등으로 촉발된 중국의 희토류(稀土類) 수출 억제에 대한 국제적 공론도 바라고 있다.

정치적 이유로 자원을 무기화하는 것은 세계 경제 질서를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공조로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미국과 유럽 등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첨단 제품 제조에 필요한 희귀 금속 원소인 희토류를 대량 보유한 중국은 이런 비판에도 대응해야 하는 등 주로 수세적인 입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경제위기 대응과 지속가능 발전

서울 정상회의가 특정 이슈에 매몰돼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다뤄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20일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통해 세계 경제가 필요로 하는 조율을 G20가 실제로 이끌어낼 수 있는지 시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이번 회의가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G20이 경제위기에 대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으며, 현 시점에서 계속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G20 정상회의는 처음으로 아시아 신흥 발전국에서 주관하는 정상회의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며 "중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아시아 국가의 발전 경험이 전세계에 소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재정 적자를 감축하기 위한 초긴축재정 계획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장으로 G20 정상회의가 활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과 개발에 G20가 기여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니고 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서 유일한 G20 회원국인 인도네시아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금융 지원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 개진에 나설 태세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한 정책 포럼에서 "저축과 대출, 보험 등 금융 서비스 분야에 개발도상국의 국민이 접근할 수 있도록 G20 정상회의에서 의견을 개진할 준비할 돼 있다"고 밝혔다.

프라빈 고단 남아공 재무장관은 지난 6월 "지구촌 한쪽에서는 극단적인 소비와 수요가 존재하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소비와 생산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한정된 지역에 외국인 직접투자의 대부분이 집중되는 반면 10억 이상의 인구가 사는 아프리카 대륙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남아공은 개도국 경제발전을 위한 액션플랜을 짜는데 공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한국이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뤄낸 경험을 지니고 있는 만큼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역할을 통해 개발 의제와 관련한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도 개도국의 지위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금융기구 개혁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이 국제금융시스템을 정상화하는데 관심이 많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경주 재무장관회의가 끝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 경제 대국 가운데 하나이고 지금까지 중국이 IMF의 톱 테이블을 차지하지 못했던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면서 IMF의 개혁에 대해 강력한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IMF의 개혁을 통해 글로벌 경제의 충격이나 급변 상황에 좀더 유기적인 대응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독일 역시 금융규제를 비롯한 주요 의제에서 가시적 진전을 보여야 G20이 앞으로도 계속 추동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은 세계 경제 및 금융위기의 원인이 기본적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자유방임과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영미식 금융체제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차기 G20 의장국인 프랑스 정부 역시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제안한 새로운 브레튼우즈 체제 설립 문제가 충분히 논의됨으로써 금융위기 이후의 경제적 기초에 대한 개념 정립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지난 25일 르 피가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주 회의가 "프랑스의 희망대로 새로운 국제통화시스템의 초석을 놓았다"며 "이는 내년 G20 정상회의의 결과를 점칠 수 있는 좋은 징조"라고 평가했다.

프랑스는 또 G20에서 배제된 국가들에 대한 아웃리치(Outreach)가 잘 추진되고 긴급 상황에 놓인 개도국에 IMF 및 세계은행 차원의 글로벌 금융안전망이 원활히 제공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역대 최악의 경제성장률(-6.5%)을 기록한 바 있는 멕시코는 국제 사회의 강고한 협력 속에 금융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세계경제위기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G20 지도자들이 정치적 결정을 도출해야 하며 주요 개도국들과 공조, 국제기구들을 개혁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싣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G20이 글로벌 거시경제정책을 협의하는 공론장으로 부상하게 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무역자유화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입장이다.

이는 지난 수년간 보호무역주의 조치들을 취해온 데 따른 것으로, 무역 및 투자에 대한 신규 장벽 금지 원칙(Standstill)이나 보호무역 조치를 철회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사우디 아라비아는 IMF 지분(쿼터) 개혁과 관련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우디는 IMF 지분개혁이 이뤄지면 큰 폭의 지분 감소가 예상되는 국가 중 하나다.

이브라임 알-아사프 사우디 재무장관은 지난 7일 IMF 총회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IMF 쿼터 이전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금융안전망에 대해서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도덕적 해이 등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각국 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