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말을 한다? 만화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죠.
우리나라에 정말 그런 코끼리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인간과 정말로 자유자재로 대화가 가능한 건 아니지만, 분명 사람이 내는 소리를 앵무새만큼은 따라할 줄 아는 코끼리가 있다면요? 이미 4년 전에도 SBS 동물농장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고, 뉴스에도 보도된 적이 있던 녀석이더군요.
에버랜드에 사는 수컷 코끼리 코식이! 인도코끼리 종으로 1994년부터 에버랜드에 살기 시작한 20살 코끼리 코식이는 다른 코끼리들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먹는 음식도 똑같고요. 동물원에서 사육사와 옥신각신하며 지내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코식이를 다른 코끼리들과 확연히 구분하게 해주는 게 바로 코식이의 '언어'입니다! 보통 코끼리가 내는 소리는 차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 내는 소리와 비슷한 '끼이익' 소리죠.
이 소리는 모든 코끼리들이 목청(실제로 코끼리에겐 성대가 없지만 사육사들이 편의상 목청이라고 부릅니다)껏 내지르는 소립니다.
야생의 코끼리들은 인간은 들을 수 없는 낮은 주파수의 소리로 무리 내에서 의사소통을 하는데요.
코식이는 달랐습니다.
사육사가 다가가 "코식이 안녕? 안녕? 좋아!"라고 말을 건네자, 갑자기 긴 코를 입 속으로 쑥 집어넣은 코식이가 말을 했습니다! "안녕!" 아주 선명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분명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해달라는 요청을 하자, 이번엔 "좋아!"하고 말을 따라하더군요.
'안녕', '좋아', '하티(여자친구 이름)', '누워' 등 코식이가 말할 수 있는 단어는 7~8가지. 아주 조금씩 가짓수를 늘리는 중이라는데요.
코식이는 어떻게 사람이 하는 말을 흉내낼 수 있을까요? 코끼리에게도 성대나 조음기관이 있는 걸까요? 사육사들의 설명으로는 없습니다.
코끼리를 비롯한 모든 포유류는(정확히 말하면 육지에 사는 비해양 포유류) 인간과 같은 조음기관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유인원으로 불리는 침팬지나 고릴라도 그렇고요.
코끼리에겐 성대를 비롯한 조음기관이 없어 목의 울림을 통해서 공기를 조절하고 소리에 의미를 부여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없습니다. 언어를 통한 대화나 소통을 지각할 수 있는 뇌기능이 있을지도 분명하지 않고요.
그럼 어떻게 소리를 낼까요? 답은 코식이의 긴 코에 있었습니다.
코식이는 코를 입속에 넣고 모양을 다르게 한 뒤에 '훅!'하고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냅니다. 코모양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고 그게 다른 단어처럼 들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코식이는 먼저 말을 건네지는 않습니다. 20여년 함께 지낸 사육사가 말을 건네면 그 말을 따라하는 정도입니다. 말을 잘 따라하면 관람객들이 즐거워하고, 그러면 사육사는 코식이가 좋아하는 과일이나 비스킷을 입에 넣어줍니다.
지금으로선 코식이가 사육사를 잘 따라하면 쉽게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어서 궁리 끝에 어쩌다가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법을 배우지 않았나 추측할 뿐입니다.
코식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멀리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동물학자들이 우리나라를 찾았습니다. 하루 종일 코식이를 관찰하며 코식이가 언제 말을 (잘) 따라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발음이 더 정확한지 등을 측정하고 있더군요.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코식이가 말을 낼 때 초음파로 코와 혀의 위치를 찍은 뒤에 코끼리의 말하는 과정을 분석해낼 계획입니다. 학자들 말로는 코식이가 현존하는 코끼리 중에 사람 말을 따라하는 유일한 개체라고 하더군요.
코식이가 정말 소통하고픈 의지가 있는 건지, 있다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밝혀내는 건 학자들의 몫이고 사육사들이 고민할 일일 겁니다.
다만 코끼리도 사람의 말을 따라할 줄 안다는 그 사실 자체로 신기하고 재미 있는 취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