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체 심하게 구겨지고 인명피해 커
감속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미시령 동서관통도로를 운행하던 단풍 관광버스가 제동장치 고장으로 가까스로 긴급제동시설로 진입했으나 40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큰 피해를 내자 긴급제동시설이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 10시52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울산바위 전망대 인근 미시령 관통도로에서 S 관광버스(운전자 신모.34)가 제동장치 고장으로 내리막길을 질주하면서 도로 오른쪽에 설치된 긴급제동시설로 대피했다.
그러나 긴급제동시설로 들어선 관광버스는 정상적으로 멈추지 못하고 곧바로 산비탈을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관광버스가 휴지조각처럼 구겨지면서 차안에 타고 있던 운전자와 승객 40명 가운데 1명이 숨지고 39명이 중경상을 입는 인명피해가 나고 말았다.
다행히 이날 승객 대부분이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어 최악의 대형 참사는 모면했지만, 긴급제동시설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었음을 감안할 때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는 56번 국가지원지방도인 이 구간 내리막길에서 제동장치 고장 등에 따른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자 2006년 7월 폭 9.5m(자갈층 6.5m, 포장층 3m), 길이 50m(자갈층 20m, 포장구간 30m), 오르막 경사도 10% 규모의 긴급제동시설을 설치했다.
문제는 이 구간의 제한속도는 시속 60㎞이지만 편도 2차로의 내리막 구간이라 대부분 차량이 제한속도를 초과해 운행하는데다 제동장치 고장 시에는 엄청난 가속도까지 붙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해당 긴급제동시설의 경사도는 10%로 다소 낮은데다 자갈층은 불과 20m로 짧게 설계된 탓에 사고 버스의 감속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브레이크가 파열되는 등 제동장치가 듣지 않아 과속으로 질주하는 사고차량이 폭 9.5m 가운데 포장층(아스팔트)이 아닌 6.5m의 자갈층으로 정확하게 진입한다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원인을 조사중인 경찰에 따르면 사고버스도 한쪽 바퀴는 자갈층에, 한쪽 바퀴는 견인차 출입통로인 포장층에 걸쳐 진입한 것으로 보여 이같은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차체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심하게 구겨지고 인명피해도 컸던 점에 비춰볼 때 사고버스가 긴급제동시설을 지나 산비탈을 들이받고 멈춰서는 과정에서 감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 긴급제동시설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강원도 관계자는 "해당 구간에 설치된 긴급제동시설의 규격은 '도로공사 표준도로 도면'에 따라 설치된 만큼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시령관통도로의 경우 가을철 단풍특수를 맞아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대형 버스의 통행량이 많은데다 급경사 커브길의 연속으로 대형사고위험이 매우 높지만 긴급제동시설은 일반적인 도로공사 설치기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전성을 더 확보하려면 일률적인 설치 기준이 아닌 도로의 특성이나 내리막 경사도 등을 고려한 '맞춤형 긴급제동시설' 설치 등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김도경(40) 교수는 "긴급제동시설의 설치기준이 도로 종류와 유형, 도로 여건, 지형 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이 시설의 설치 목적이 긴급상황 시 인명피해 방지인 만큼 안전 확보차원에서 설치기준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긴급제동시설은 주행 중 제동장치가 고장난 차량을 안전하게 이 시설로 진입해 정차함으로써 도로 이탈 및 충돌사고를 방지하고 승객과 차체에 대한 손상을 최소화하는 기능으로, 도내에는 국도의 경우 6호선 강릉~평창간 태기산 구간과 오대산~강릉간 진고개 구간 2곳, 지방도는 강릉시 성산면 '닭목령' 구간과 이번에 사고가 난 미시령 동서관통도로 등 2곳에 설치돼 있다.
(춘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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