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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인권위'

안서현

입력 : 2010.10.26 18:17|수정 : 2010.10.26 20:25

'상임위 권한 축소' 개정안?


지난주 수요일부터 출입처를 마포 경찰서에서 중부 경찰서로 옮겼습니다.

경찰서 기자들이 중앙 지검을 뺀 나머지 4개 지검도 취재하는 데, 태광과 한화 수사로 떠들석한 서부지검을 뒤로하고 중부로 옮기니 평온한 생활이 찾아올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중부라인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습니다.

최근 인권위에 대한 불만들이 꽤 있습니다.

인권위가 제 목소리를 못 내는 것 아니냐, 너무 보수적으로 가고 있다 등등..

하지만 인권위를 둘러싼 이런 목소리들 이외에, 인권위 내부 사정도 조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제는 2010년도 인권위 제 15차 전원위가 열리는 날.

지난 8월 23일 마지막으로 열리고, 두 달여만에 처음 개최됐습니다.

오랜만에 열리는 것에 대해서도 볼멘 목소리가 많은데, 안건 가운데 하나인 '인권위 운영규칙 일부 개정안'을 놓고 회의 시작전부터 시끌시끌합니다.

전원위원회(이하 전원위)는 인권위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입니다.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7명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기존에는 상임위원 3명이 합의하면 위원장이 반대하거나 전원위를 거치지  않더라도 심의 안건에 대한 의견 표명이나 권고를 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된 양천서 고문 사건이나, 알몸 투시기의 반인권성에 대한 의견표명 등이 상임위가 처리했던 대표적인 안건들이죠.

그러나 보수성향의 비상임위원인 김태훈, 최윤희, 한태식 위원은 지난 금요일, 이 상임위의 의결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상정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상임위원회는 다음 사항에 관하여 심의 의결한다. 다만 상정된 안건 중 상임위원 2인 이상 또는 위원장이 사안의 내용이 중대하거나 파급효과가 커서 전원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그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

무슨 뜻이냐고요?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상임위원 3명이 특정 안건에 합의하더라도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전원위에 상정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즉, 상임위의 역할과 권한이 사실상 축소되는 것이고, 위원장의 권한은 대폭 강화되는 것이죠.

이 안건을 둘러싸고 어제 전원위는 1시간 반에 걸쳐 열띤 논의를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남영과 문경란 두 상임위원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런 안건이 논의되는 것 가체가 적절하지 못하다"며 전원위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결국,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해(퇴장한 위원들도 포함) 진보 성향 위원 5명이 반대 의견을, 나머지 보수 성향 위원 5명이 찬성 의견을 내는 등 양측이 팽팽하게 맞섰고, 현병철 위원장은 재상정을 제안하면서 어렵사리 논의는 끝났습니다.

왜 이런 사태가 초래됐을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전원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11명인데, 이 가운데 보수성향의 위원들이 6명이나 됩니다.

위원장도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원위는 인권과 관련해 진보적인 안건들에 대해서 부결시키는 경우가 많겠죠? 

상임위만 살펴볼까요.

상임위는 여당과 야당, 대통령이 추천한 3명으로 구성되는데 한나라당이 추천한 문경란 위원은 이제까지 인권문제에 대해 비교적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 왔습니다.

그런데 민감하고 시급한 사안의 경우 상임위가 도맡아 처리하다 보니, 나머지 비상임위원들은 기분이 나빠집니다. 자신들도 전원위인데 상임위가 다 처리하니깐 말이죠.

보수성향의 비상임위원들은 더욱 못마땅합니다. 자신들의 의견과 다르게 결론을 내니깐 말이죠.

그래서 보수성향의 비상임위원들이 힘을 모아 이런 개정안을 상정했고, 어제 열린 전원위는 이렇다 할 결론도 못 내린채 상임위원 2명이 퇴장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겪었습니다.

인권위는 여전히 시끌시끌합니다.

밖으로 시끄러운 건 괜찮습니다. 더 잘하라는 격려와 질책이니까요.

하지만 안에서도 계속 시끄럽다면, 민감하고 시급한 인권문제들은 과연 누가, 언제 처리할 수 있을까요?

인권위 스스로 존재 이유를 되돌아 보고, 시끌시끌 이득 없는 싸움보단, 눈 앞에 쌓인 현안들부터 서둘러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