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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토리] 국내 최초 의수 화가…그가 주는 감동

입력 : 2010.10.2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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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느날 갑자기 두팔을 잃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우리나라 최초의 의수 화가 석창우 화백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택했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이제는 세계적인 화가로 주목받게 된 그의 삶은 그래서 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주 인스토리에서 만났습니다.



<기자>

김연아 선수의 우아한 연기도, 박진감 넘치는 축구 선수의 플레이도, 바람을 가르는 경륜 선수들의 속도감도, 우리나라 제 1호 의수 화가인 석창우 화백의 손을 거치면 빼어난 작품이 됩니다.

[이혜승/아나운서 : 특별히 인체의 움직임에 주목하신 이유가 있나요?]

[석창우/화가 : 아마 제 몸 자체가 (양팔이 없어) 정적이다 보니까 움직이는 걸 항상 생각하고 해서 그 자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 같아요.]

석화백은 날 때부터 장애를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전기 기사로 일하던 26년 전 2만 볼트가 넘는 전기 감전으로 양팔과 왼발가락 2개를 잃었습니다.

[석창우/화가 : 중환자실에서 한 달 동안 있었는데 의사선생님이 산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데요. 보통은 (환자에게) 죽는다고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저는) 죽을 확률이 높으니까 보호자 보고 꼭 한 사람은 있으라고 얘기를 했었나 봐요. 살고 죽는 게 별것이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걷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그는 절망했습니다.

[석창우/화가 : 다치고 나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말하고, 숨 쉬고, 걸어다니는 것 외에는 전부 다 제가 할 수 없는 거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것 자체를 다 가족들이 해주는데 그게 굉장히 마음속으로 미안하고 좀 그랬었죠.]

그런 그가 다시 일어서게 된 것은 당시 네 살배기 아들 때문.

[석창우/화가 : 아들이 그려 달라고 해서 처음 그린 그림이에요.]

[이혜승/아나운서 : 이게요? 되게 잘 그리셨어요.]

[석창우/화가 : 사실은 (아들이) 태어난 지 한 달 반 만에 제가 다쳤기 때문에, 해준 게 없었는데 '그림을 그려달라니까 어떻게든 그려보자. 아들한테도 뭔가를 해주자' 해서 그리게 됐죠. 펜과 노트를 가지고 왔는데 거기다 제가 그려줬어요.]

그는 이런 계기로 그림을 한 번 그려보자고 나서게 됩니다.

그런데 우연찮게 시작된 그림은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석창우/화가 :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온 종일 하더라도 피곤하지가 않더라고요. 그러니까 서예를 하기 전에는 쉽게 얘기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죠. (그림을) 했을 때 는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다는 거고 (그림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엄청 행복하죠.]

서예에서 수묵화로 그리고 크로키까지.

의수로 하는 그림 작업은 생각했던 것 보다 몇 배 힘들었습니다.

[석창우/화가 : (그림) 연습 같은 건 기본적으로 처음 시작할 때 하루 종일, 밥 먹는 시간 빼고는 계속하죠. 팔의 고통이라는 건 환상통을 얘기하는데요. 팔꿈치 위까지 없는데 그 상태에서도 손가락, 손목, 팔꿈치가 다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날씨가 안 좋고 몸 상태가 안 좋고 할 때는 심하게 아파요. 바늘로 막 쑤시는 것처럼 그렇게.]

그림을 시작하고 6년이 지난뒤 그는 그림의 새로운 장르까지 개척해 냈습니다.

[석창우/화가 : 그림 화실에서는 양팔이 없으면 물감이나 그런 것 때문에 가르치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택한 게 서예인데, 먹물 하나만 있으면 되잖아요. 그래서 이거면 되겠다 싶어 배우게 된 거죠. 이왕 서예 배운 걸 누드 크로키하고 합치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서예의 특징과 누드 크로키의 특징을 결합해서 서예 크로키를 하게 된 거죠.]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담금질한 결과 인체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데 최고 수준에 이르며 세계적인 주목까지 받게 됩니다.

[석창우/화가 : 지속적으로 보게 되면 내면으로 들어오거든요. 그러면 연습이 필요 없어요. 바로 붓질 한 번으로 끝나게 되거든요. 단지 한 동작을 여러 번 안 그리고 생각을 많이 하되, 한 번에 표현하죠. 두 번 안 그리고 한번 그려서 끝나는 거예요.]

하지만 26년이 지난 지금도 집을 나서면 모든 것이 장애입니다.

자원봉사자 없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외출하는 일 조차 힘듭니다.

그래도 석화백은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석창우/화가 : 계명도 제대로 모르고 악보도 볼 줄 모르는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가야금을) 하다 보니까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빠져들었더니 계속 펴놓고 하게 돼요. 전시준비 끝나고 나서는 계속 이것만 가지고 놀거든요.]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불가능과 싸워온 석창우 화백.

그만의 감동을 전하며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오늘도 보석같은 손을 바삐 움직입니다.

[석창우/화가 : (앞으로도)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그 나라 전통 공연이나 그런 것도 그리면서 전시도 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