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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 배추만 채소가 아닙니다. 토끼풀도 훌륭한 채소가 됩니다. 이름모를 잡초도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잡초 수확, 잡초 요리가 건강한 식단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화제클릭 이병태 기자입니다.
<기자>
소쿠리를 챙겨 배추밭으로 향하는 이는 유기농 공동체인 연두농장의 변현단 대표.
싱싱한 채소를 종류대로 수확하는 그녀의 얼굴은 밝기만 합니다.
그런데 이 채소들은 농작물이 아닙니다.
배추와 콩 등 작물 틈에서 자생하는 잡초들.
파종하지도 또 가꾸지도 않았지만 잡초들은 작물보다 튼실합니다.
이날 수확한 잡초는 소리쟁이와 쇠비름, 방가지똥과 한삼덩굴 등 7종류.
모두 점심 땟거리입니다.
근대보다 부드러우면서 변비에 효과가 있는 소리쟁이는 된장을 풀어 구수한 국으로 끓여냅니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쇠비름은 끓는 물에 데쳐서 들기름과 된장으로 무침니다.
한방에서 고혈압 약재로 쓰이는 환삼덩굴은 부침개 요리로 만들었습니다.
독성이 있는 명아주는 살짝 데쳐서 독성을 빼낸 뒤 까마중과 함께 소금을 넣고 버무렸습니다.
쌉싸래한 맛의 방가지똥은 그냥 쌈으로 씻어 상에 올렸습니다.
지난해 만든 칡잎사귀 장아찌까지 식탁에 오른 6가지 찬은 모두 잡초로 만든 것.
하루도 거르지 않는 풍성한 잡초 오찬입니다.
이들은 왜 굳이 잡초를 먹는 것일까?
[은동원/연두농장 공동체 식구 : 왜 먹느냐고 하니까, 있으니까 먹는 거고요, 건강에 좋다는 걸 알고 있어서 (잡초를) 먹고 있습니다.]
[선우은/연두농장 공동체 식구 : 되게 맛있어요. 그리고 진짜 말 안 하고 주면 그냥 다 잘 드실 것 같던데]
[류철웅/연두농장 공동체 식구 : 일반 재배작물 쌈채소보다 먹어보면 더 몸에 좋고 그래서 그냥 농사 지으면서 뜯어서 먹죠.]
연두공동체 식구 9명은 거의 모든 잡초를 다 먹습니다.
강아지풀과 토끼풀 그리고 농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잡초 피까지도 이들에겐 요긴한 먹거리입니다.
[변현단/연두농장대표 : 너 피죽도 못 먹었냐는 얘기도 있었어요. 예전에. 그 피가 무엇이냐하면 이 피거든요. 논이나 밭에 서 나오는 피]
심지어는 독성이 강한 외래종 잡초 자리공까지도 새순을 나물로 무쳐서 먹습니다.
이들이 잡초를 먹기 시작한 건 유기농을 시작한 5년 전 부터.
제초제 등 농약을 쓰지 않다보니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를 무조건 제거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된 겁니다.
알고 보니 잡초를 먹는 것이 그리 새로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배고픈 시절 웬만한 잡초는 다 먹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김정준/67세·경기 고양 : 그럼 옛날에 다 먹었지. 까마중 순을 왜 안 먹어요? 먹었지]
[신금옥/66세·경기 고양 : 명아주도 먹었어요. 시골에서 지팡이 만들잖아요. 그것도 다 삶아서 무쳐먹었어요]
연두농장 사람들은 숙종 때 편찬한 구황섭요 등 고문헌을 뒤져 먹을 수 있는 잡초를 찾아냈습니다.
문헌에 없는 잡초는 직접 맛을 보는 방식으로 독초여부를 선별해서 책으로도 펴냈습니다.
[변현단/연두농장대표 : 처음부터 아무거나 먹지는 않아요. 일단은 식물이 있을 때 조금만 뜯어서 혀 끝에 한 번 대봐요. 약간 씹어보면 정말 거부감이 있는 게 있어요.]
실제 북한에서는 수천가지의 잡초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병화/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잡초학 박사 : 중국문헌하고 옛날 문헌 찾아가지고 (정리한) 한국생약자원생태도감에 (잡초 종류) 2,300가지가 나와 있는데 다 식용, 약용하는 걸로 돼 있거든요]
지천에 널린 풀이 대부분 먹거리인 셈입니다.
100% 자연산으로 건강식이 된 잡초는 더 이상 잡초란 명칭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강병화/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잡초학 박사 : 배추밭에 무가 나도 잡초고 무밭에 배추가 나도 잡초고요. 잡초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만든 것이지, 자연 상태에 있는 풀은 잡초라고 태어난 건 없어요. 그래서 잡초가 상대적이지 절대적인 개념은 없습니다.]
잡초의 장점은 또 있습니다.
연두농장이 잡초를 다 제거한 배추밭과 제거하지 않은 배추밭을 비교했더니 지난 여름 폭우에 잡초를 그대로 놔 둔 배추밭 피해가 훨씬 적었습니다.
[변현단/연두농장대표 : 윗밭(잡초 제거하지 않은) 같은 경우 홍수피해를 겪지 않았어요. 전멸됐습니다. 여기(잡초 제거한)는 완전 전멸. 그렇죠? (배추가) 다 녹아버린 거죠.]
유기농에 자연산을 쫓는 연두농장 사람들.
이들의 잡초 사랑과 실험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변현단/연두농장대표 : 잡초 씨를 받아서 심어 봤어요. 잡초가 제대로 다 나올까요? 작물처럼? 안 나와요. 잡초는 자기 여건이 돼야 발아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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