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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자작나무를 본 후 난 더 이상 여행을 하지 않는다"

정상보

입력 : 2010.10.14 11:06|수정 : 2010.10.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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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이슬을 가득 머금은 숲은 싱그러움이 가득했다.

차에서 내리자 작업복 차림에 하얀 곱슬머리를 한 사내가 우리를 맞았다.

약간 야윈 듯한 체구에 선한 눈을 가진 그는 첫눈에 봐도 자작나무를 많이 닮아 있었다.

2달 전 쯤 신문의 주말 섹션면을 큼지막하게 장식했던 사내다.

서른여덟의 나이에 백두산에서 자작나무를 처음 보고는 그 신비로운 빛깔에 매료됐고, 그 후 자작나무의 하얗고 아름다운 빛깔을 자기 고향인 강원도 횡성에 만들기 위해 20년 동안 1만 2000그루의 자작나무를 한 그루씩 직접 심었다는 인터뷰가 실렸다.

기사를 보고……. 그 자작나무가 너무 보고 싶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칠 만큼 아름다운 빛깔을 가졌다는 그 자작나무를 직접 보고 싶었다.

‘영상취재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지 8년…….
성급함이 습관이 된 나는 그를 보자마자 반갑다고…….
자작나무들은 어디에 있냐고…….
그때 백두산에서 본 자작나무가 그렇게 멋있었냐며…….
정신없이 서둘렀다.

그가 말했다.

잠·깐· 차· 한·잔· 하·시·지·요…….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되는 헨델이 흐르는 고즈넉한 통나무집…….
커피 향 가득한 공간에 넓게 드리운 창…….
따듯한 찻잔을 손 안에 가득 담고서 창밖을 보았다.

그때……. 보았다.

반짝이는 빛…….

아침 햇살을 받은 자작나무는 새벽 낚시에 갓 바다에서 뛰쳐나온 은갈치처럼 신비하고
반짝이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 이 빛이 그를 여기까지 끌고 왔구나!
자작나무는 소박했다.

아침 햇살에 반짝일 때의 화려함을 곧 사라졌고 작은 잎은 소소한 바람에도 흔들렸다.

하지만…….

나무껍질에 그이 손길이 닿자 나무는 그에게 반갑게 인사했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 시간이 되자 나무는 환한 미소를 다시금 지어 주었다. 

그렇게 그와 그의 자작나무를 만나고 돌아왔다.

그가 말했다. 자기는 더 이상 여행을 하지 않는다고…….
여행은 뭔가 부족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것인데 자기는 자작나무를 본 이후로는
더 이상 방황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아름다웠다.

온전히 자신을 바칠 만큼 소중한 것을 찾아 긴 세월을 함께한 그 사내가…….

아름다웠다.

그의 정성에 보답하듯 스스로 온 산을 하얗게 밝히고 있는 그 숲이…….

그래서 저들이…….

우정을 지킨 오랜 친구처럼 참 많이 닮았구나!

흐뭇한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