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기획] 네티즌수사대 '코찰청'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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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수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이 경찰의 수사로 일단락됐습니다. 그러나 치열했던 인터넷 공방은 또다른 마녀사냥으로 번졌습니다. 학력위조논란을 처음 제기했던 인터넷 카페 운영자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상에 유출됐습니다. 경찰보다 더 빠르고 치밀합니다.

이호건 기자가 집중취재 했습니다.

<기자>

그동안 가수 타블로를 괴롭혀온 학력위조 논란.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이른바 '타진요' 회원들은 집요했습니다.

타블로와 그 가족들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뜨렸고, 성적표와 관련 증언 등 믿을 만한 증거자료가 제시돼도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타진요 회원 : (타블로가) 아니면 아니다라고 하면 좋은데 말을 확실하게 하지 않고 빙빙 돌리다보니까 의혹이 커진 것 같아요.]

그런 '타진요'가 역풍을 맞았습니다.

타블로의 고소로 사건을 맡은 경찰이 타블로의 학력위조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겁니다.

경찰은 또 그동안 집요하게 학력위조를 주장해온 '타진요'의 운영자 필명 ''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까지 신청했습니다.

김씨는 인터넷 카페운영을 맡지 않겠다는 글을 남기고 자취를 감췄습니다.

경찰이 밝힌 '왓비컴즈'는 재미교포 남성 57살 김모씨.

하지만 김씨의 신상은 경찰 발표 닷새전에 이미 온라인상에 공개돼 있었습니다.

미국 시카고에 사는 50대 중반 남성.

해병대 출신에 두 딸이 있고, 빵집을 운영한다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김씨의 신상정보를 낱낱이 찾아낸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 중심에는 '코갤'이 있습니다.

'코갤'이란 디지털카메라 정보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코미디 갤러리'의 준말로, 이곳의 네티즌들이 이른바 '네티즌수사대'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승지/서울 중계동 : 고등학교 중학교때 주변에 그런거 하는 애들이 많았어요. 나이 많아야 20대, 30대 초반?]

이들은 '왓비컴즈'의 아이디를 추적했고, 다른 사이트에 올린 글들에서 정보를 수집한 뒤 IP를 추척하는 것은 물론, 띄어쓰기 방식 등 글쓰는 습관까지 분석해 신상정보를 캐냈습니다.

'지하철 개똥녀', '경희대 패륜녀' 등 그동안 사회적으로 지탄 받을만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당사자들의 신상이 파헤쳐졌는데, 모두 이 ´코갤´이 주축이었습니다. 

[코갤러 : 마녀사냥한다고 하잖아요. 그런 걸 찾아내, 마녀사냥하는 걸 올린다고 해야하나. 그런 걸 '떡밥'이라고 하죠. 사람들 광분시키게 할려고.]

경찰 못지않은 자료 수집능력을 발휘해 이른바 '코찰청'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송인성/경기도 분당시 : 제가 봤을때는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나 그렇게 대처하는 사람이나 그게 그거라고 생각해요. 참 할 짓 없는 분들?]

[고미소/서울 신림동 : 무섭죠. 그거. 그 사람 인생 망치는 거잖아요. 어디 취직 이력서도 못내고, 그러니까 안 좋은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이들의 행동이 단순히 정보력에 대한 자기과시나 심심풀이만은 아니라고 분석합니다.

자신의 일도 아닌데 나서는 데는 스스로 정의를 구현해보겠다는 위험한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입니다.

[황상민/연대 심리학과 교수 : 우리 사회에서 공정한 권력이나 언론보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정당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라도 뭔가를 해야 되겠다는 사람들 마음이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이죠.]

하지만 신상정보를 캐는 과정이나 정보를 공개하는 것 모두 정보통신법이나 명예훼손같은 실정법 위반 혐의로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안찬수/경찰청 사이버테러 수사팀장 : 다른 사람 신상정보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여러가
지 불법성이 있을 수 있고요. 공개된 정보만 이용한다고해서 무조건 면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정보를 이용하는데 있어서 많은 주의가 요망됩니다.]

공권력에 앞서 개인의 신상을 마구 파헤쳐 공개하는 행위는 일정 선을 넘어서는 순간 정의가 아니라 특정인을 파멸로 내몰 수 있는 치명적인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