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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참 다른 미국인들

주영진

입력 : 2010.10.09 09:22

주미 한국대사관 초청 리셉션 스케치


이틀 전에(10월 6일) 워싱턴DC의 주미한국대사관저에서 리셉션이 있었습니다. 개천절과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대사관저를 오픈한 거죠. 물론 한국과 관련있는 미국인들도 대거 초청됐고, 낯선 나라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교포들도 참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참석자만 무려 2천명 정도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고요, 실제로 현장을 가봤더니 넓게 생각되던 대사관저가 좁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대사관의 초청에 응했습니다.

대사관저를 들어서니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한국 분들이 병풍 앞에 자리를 잡고 서있었습니다. 이 모습에 관심을 나타낸 미국인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일종의 모델 역할인 거죠. 실제로 미국인들은 이국적인 것에 대한 흥미와 호응도가 대단히 높아서 이 날 두 분은 거의 쉬지를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일부 미국인들은 아예 준비해놓은 전통 의상을 직접 입고서 사진을 찍는 열의도 보여줬습니다. 특유의 호들갑과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말이죠. 리셉션 중간 중간 북과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공연은 아주 인기가 좋았습니다.  

    


 위의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아서 자료 사진을 넣었는데요, 이 날 대사관 초청 리셉션의 최고귀빈은 바로 공화당의 스콧 브라운 상원의원이었습니다. 에드워드 케네디 전 민주당 상원의원이 타계하면서 공석이 된 매사츄세츠주의 상원의원 자리를 차지한 공화당의 새로운 희망입니다. 51살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젊은 시절 학비를 벌기 위해 대중잡지 표지에 속옷 차림으로 등장하기까지 한 매력적인 외모,그리고 뛰어난 대중 연설 솜씨, 무엇보다 백인이라는 점이 공화당으로 하여금 2년뒤 대선을 염두에 두고 브라운 의원을 주목하게 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대통령보다는 부통령 후보가 어떨까 하는 의견이 더 많다고 합니다만,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상원의원이 된 지 불과 2년만에 대통령이 됐다는 점에서 브라운도 지금 당장 도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덕수 대사는 브라운의원과의 대화에서 "한국을 한 번 직접 방문해서 한반도 문제등에 관해 많은 식견을 쌓아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고 합니다. 브라운의원이 리셉션에 참석한 이유중 하나가 평소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랍니다. 그 걸 간파하고 대사관에서 의례적인 초청장뿐 아니라 직접 참석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날 리셉션에서 브라운의원을 전담했던 대사관의 젊은 외교관이 전한 브라운 의원의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 NBC 워싱턴 지국에서 일하는 부인과 함께 왔는데, 어떻게나 부인을 챙기는지 보는 내가 다 질투가 날 정도였다. 리셉션장에 있는 한시간 여동안 두 딸들과 수시로 통화하고, 내가 알던 정치인의 모습과는 참 달랐다. 브라운 의원에게 좀 더 있다 가라고 했더니 하는 말이 "사실 내가 오늘 아내와 영화를 보기로 약속을 했는데, 영화가 시작할 시간이 다 됐다."면서 가야 한다고 하더라."

대사관저를 떠나는 브라운의원을 뒤늦게 발견하고 몇마디라도 물어보려고 쫓아갔다가 찍은 사진이 위의 사진입니다.화면을 가린 한국 남자 뒤에 머리만 보이는 사람,그리고 그 옆의 조그만 차가 브라운 의원이 타고 온 차인데요, 브라운 의원은 키를 넘겨봤더니 조수석 문을 열어 아내를 태우고 직접 운전석에 올라타더군요. 직접 운전해왔다는 얘깁니다.

이 날 리셉션에는 상원의원으로는 유일하게 브라운의원이 참석했고 혼다 의원등 서너명의 하원의원이 참석했습니다. 정부측에서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 참석을 위해 워싱턴에 온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 그리고 일부 부처의 차관보급, 한국과 관련있는 연구소의 실무자들, 의회 보좌관과 비서관등이 주로 참석했습니다. 한국 대사관에서 신경쓰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그런데 정부 부처에서는 이른바 높은 사람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 같아 물어봤더니 "그 사람들이 오면 물론 좋지만, 그 사람들 입장에서 워싱턴에  있는 세계 각국 대사관의 리셉션에 다 참석할 수도 없어서 대부분 참석 안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하더군요. 그럴만도 해 보입니다. 워싱턴 매사츄세츠 애버뉴를 따라 가다 보면 정말 많은 대사관들을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우크라이나처럼 다른 지역에 대사관을 정한 나라들도 있지만, 어쨌든 매사츄세츠 애버뉴 북서쪽 길은 많은 대사관들이 몰려 있어 아예 '대사관길'로 불리기도 합니다. 클린턴 장관이나 스타인버그 부장관, 한국 텔레비젼에 많이 등장하는 크롤리 대변인같은 인물들이 그 많은 대사관들의 리셉션에 일일이 응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도 아쉽게는 생각되더군요.한국 국력이 많이 신장했다는 것을 미국에 와서 여러차례 느끼고 있기는 합니다만, 아직은 한 뼘 정도 부족한 듯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도 평소에는 깐깐하게 굴기로 유명했는데 이 날 만큼은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성의있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리셉션장이라는 장소의 특수성과 편한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은데요, 하지만 SBS 카메라 앞에서는

딱 한마디 하고 가버렸습니다. "I have to go,now"

리셉션장에서 또 많이 만난 분들이 한국 교포들이었습니다. 열심히 살아서 나름 성공을 일군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걔중에는 초청장을 받지 않고도 무작정 참석한 분들도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자리에는 와서 어떻게 기회가 되면 사진 좀 찍고, 그렇게 해서 자신이 '나,이런 사람이야!'하고 뽐내고 무게 잡고 싶어하는 한국 사람들이 그만큼 된다는 얘기죠. 아주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런 한국분들 때문에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는 참석 귀빈 소개만도 몇 분씩 걸린다고 합니다. 혹여라도 빼면 난리가 난다는 거죠.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인 특유의 성질이 미국땅이라고 변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대사관 초청 리셉션에 참석한 것은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대사관측,특히 외교관과 주재원들의 안주인들도 음식 준비에 큰 몫을 차지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외교관과 그 가족의 삶이 화려하지만은 않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물론 남들이 갖지 못한 기회(외국,특히 선진국에서 사는)를 상대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다는 지적에는 그들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유명환 전 장관 딸의 특채 논란이 단적인 예겠지요. 어쨌든 하늘이 열린 날을 맞아 주미 한국대사관이 마련한 리셉션으로 대사관저 주변 도로는 세 시간여 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한 외교관이 툭 던진 말이 기억에 납니다."이만하면 한국 참 많이 큰 것 아닌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