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믿음을 가진 종교인들이 장례식장 주변에서 험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면 이런 행위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될까, 아닐까.
미국 대법원이 6일 이런 특수한 상황이 수정헌법 제1조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함에 따라 과연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가 보호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까지 오게된 소송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캔자스주에 근거를 두고 있는 웨스트보로 침례교회 창립자인 프레드 펠퍼스 목사와 그의 신도들은 지난 2006년 3월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미 해병 매튜 스나이더 (당시 20살) 일병의 장례식장 주변에서 동성애자 반대구호가 담긴 피켓 시위를 벌였다.
스나이더 일병은 이라크에 파병됐다가 전사했으며, 유가족들은 그의 고향인 메릴랜드 웨스트민스터에서 장례식을 하던 중이었다.
웨스트보로 침례교회는 "미국이 동성애를 용인하는데 대해 하느님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병사들을 죽게 함으로써 벌하고 계시다"며 동성애적 성적취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나이더 일병의 장례식장을 자신들의 메시지 전파에 활용했던 것.
펠퍼스 목사는 "당시 장례식장에서 시위대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었으며, 장례식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위를 멈췄다"며 장례식 진행을 방해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스나이더 일병의 부모들은 "모든 일에는 시간과 장소가 있는 법"이라며 "펠퍼스 목사의 역겨운 얘기는 이처럼 특수한 상황에서는 헌법적으로 보호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장례식이라는 것은 역겹고 혐오스러운 메시지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조문객들이 평화롭게 슬픔을 드러낼 수 있는 경건한 자리여야 한다는 게 스나이더 부모들의 입장이다.
스나이더 부모는 2006년 6월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펠퍼스 목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관은 500만달러의 피해보상을 하라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연방 항소법원은 2008년 "펠퍼스 목사의 표현의 자유는 보호돼야 한다"며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고, 결국 이번 소송은 대법원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향배는 과연 "개인이 다른 개인을 상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시시비비가 있을 때 가해자격인 개인의 자유도 보호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놓느냐에 달려있다.
미 수정헌법 1조는 "의회는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입법을 할 수 없다"고 명시, 정부가 이 같은 법에 의거해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도록 명문화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원칙론자들은 "만일 펠퍼스 목사가 장례식장에서 '이라크 파병 군인 만세'라고 피켓 시위를 했을 경우, 유족들이 소송을 벌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수정 헌법 1조의 취지는 모든 형태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미국인들의 법감정에 비추어 볼 때 장례식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남용한 행위라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