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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어도(釣魚島)분쟁, 중국이 과연 승리한 걸까?

주영진

입력 : 2010.10.05 18:00|수정 : 2010.12.29 18:05

국제 정치 뒤집어보기


중국명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한국명으로는 조어도, 얼마전 중국과 일본이 한바탕 붙으면서 다시 한번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곳입니다. 중국과 일본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인데,현재는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곳이죠.

그런데 중국 어선이 이 곳에서 조업을 하다가 일본 순시선에 적발되자 순시선을 들이받고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결국 일본으로 예인돼갔고,선원과 선장 모두 체포됐습니다. 일본은 선원들은 모두 돌려보낸뒤에도 선장은 일본법에 따라 처벌하기 위해 구속기간을 한 차례 연장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중국이 들고 일어났고, 더우기 일본 오키나와의 한 지방법원이 선장에 대한 구속기간을 연장하기로 한 날이 일본이 만주침략을 위해 조작했던 류탸오거우 사건(만철폭파사건) 79주년 다음날이어서 중국인들의 반일감정이 극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희토류(하이브리드카를 위한 충전용 배터리, 컴퓨터, DVD플레이어에 사용되는 희귀광물질)의 대일수출 중단이라는 초강경수를 동원했습니다. 결국 일본은 중국어선 선장을 석방시켰습니다.

중국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온 반면 일본에서는 굴욕의 탄식이 흘러 나왔습니다. 100년전 일제에 굴복했던 아픈 역사를 조금이나마 갚은 승리라는 평가가 당연히 중국안에서, 국제사회에서 따라 나왔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그런 얘기들이 들려온 것만 봐도 대체적인 분위기는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미국 언론도 중국의 부상론과 연계해서 이번 분쟁을 바라봤습니다. 경제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경제력에 걸맞는 외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의 야심이 강공책을 이끌었다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있는 그대로만 볼 게 아니라는 얘기를 오늘 들었습니다. 들어보니 그럴 듯 했습니다. 국제정치의 미묘한 계산법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도 참고하실만 할 것 같아 이 글을 쓰기로 작정했습니다.

뒤집어보기의 첫 번째는 일단 중국이 왜 강공책을 썼느냐 보다는 일본이 왜 굳이 중국어선 선장을 일본법에 따라 처벌하려 했는가입니다.

1997년 중일어업협정, 1978년 중일평화조약 체결에서 문제의 센카쿠 열도는 공해로 표기했다고 합니다. 등소평이 "댜오위다오는 우리 대에서는 해결이 안되니 다음 대로 넘기는 게 낫다."고 말하며 두 나라가 타협안으로 선택한 방안이라는 거죠.

그런데 공해와 관련된 유일한 국제법인 유엔해양법은 공해에서 문제가 일어났을 경우, 해당 선박의 국적에 따라 그 나라 정부가 사법권을 행사하도록 돼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경우 중국이 사법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이고,일본 정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텐데 굳이 선장을 일본까지 끌고 가서 재판을 하려 했습니다.

결국 질 수 밖에 없는 승부를 일본이 자초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분쟁의 대상인 센카쿠 열도를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은 가급적 해당 지역이 국제사회의 관심사가 되는 일이 없도록 조용히 하는 게 좋을텐데, 이 시점에서 굳이 스스로 논쟁을 불러 일으킨 이유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일본의 의도는 결국 미국의 든든한 지지에 있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는 게 새로운 접근법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반발한 것은 중국 선장을 일본이 끌고 가 법정에 세우려 한 것뿐 아니라 바로 그 일본의 의도때문이었다는 것도... 이런 해석의 근원이 되는 인물이 존재하는데 바로 현재 일본의 외무상인 마에하라입니다. 마에하라 외상이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일본의 해상보안청을 감독하는 국토운수상에 있었다는 게 특이합니다. 무엇보다 일본의 대표적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자 헌법개정론자,대중국 강경파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또 하나 지난 2009년 9월 역사적 정권교체라는 평가를 받고 출범한 하토야마 정부와 현재의 칸 정부의 차이점도 눈여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토야마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주창했었습니다. 1945년 패전이후 일본을 실질적으로 지배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으로부터 벗어나 일본이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외교노선이었죠. 후텐마 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을 불사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거죠.

불행하게도 하토야마 정부는 단명하고 말았고, 이를 대체한 칸 정부는 미일동맹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 예가 하토야마 정부 출범 두달전에 만들어진 1년 시한의 反해적법입니다. 일본 자위대의 해외파견을 가능하도록 만든 법인데, 사실 무장을 할 수 없고 국가간의 교전도 할 수 없도록 한 일본헌법과 어떤 면에서는 상충되는 법입니다.

하토야마 정부가 계속됐다면 반해적법은 1년을 끝으로 소멸했을텐데, 하토야마 정부가 물러나고 칸 정부가 들어서면서 슬며시 갱신됐습니다. 일방적으로 미국이 시혜를 베푼다는 과거 전략에서 벗어나 동맹국들로 하여금 미국이 파병한 지역에서 미국을 지원하도록 하는 미국의 '동맹 강화와 확대개편'이라는 전략과 반해적법이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되짚어 보기의 또 다른 축입니다.

결국 일본이 노골적으로 미국과 함께 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고, 마에하라 외무상의 기용이 바로 그런 일본신 대외전략의 상징적인 예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전략적 필요에 의해서 일본이 센카쿠 열도의 분쟁을 촉발시켰다는 것, 중국이 반발한 것도 바로 일본의 그런 속내를 읽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입니다.

처음에 중국은 일본의 의도를 좌절시켰다고 환호했지만 돌아서니까 웬지 뒤통수가 따끔거리는 상황이라는 겁니다.무엇보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다른 나라에 이익을 주는 좋은 나라라기 보다는 자기 이익 지키기에만 혈안이 된 스포일러 내지는 챌린저 이미지에 갇혀 버리게 됐다는 자성이 중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례가 있는데, 현재 워싱턴DC 국제정치학계에 이런 우스개 소리가 돌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은 중국 선장이 그 날 밤 술을 좀 마신 상태였고 일본 순시선의 요구에 불응하다가 부딪쳤다는 건데, 예전 같으면 이런 얘기가 나오면 일본정부가 늘 하는 치사한 말 만들기라는 비판이 나왔을텐데,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중국인들과 중국 정부가 잘못했네 하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중국이 힘만 믿고 과시하다가 믿을만한 강대국이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아닌 가급적 피해야 하는 힘 센 깡패라는 부정적 이미지에 갇여버리고 말았다는 겁니다.

여하튼 이런 중국의 자성은 중국 선장을 석방시켜 일본에 굴욕을 안겨줬다고 생각한 것과 달리 일본이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갔다는 데도 유의하고 있습니다.

분쟁 직후에 미국이 나서서 센카쿠 열도는 미일안보조약의 적용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주며 센카쿠 열도가 일본 영토라는 일본 주장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런 곳이니 중국은 일본과 해당지역 영유권을 놓고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유엔총회기간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원자바오 총리에게 직접 했습니다.또 그렇게 얘기했다고 일본에 통보까지 해줬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중국 정부는 일본에 사과와 배상 요구를 안할 수 없게 됐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일본 의도대로 돌아가게 돼버렸으니,일본이 국제법을 어기고 자국민에게 피해를 안겨줬다는 주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신세가 돼버렸습니다.물론 일본은 그 것만은 곤란하다고 버티고 있죠.

결국 이번 조어도 분쟁은 겉으로는 중국 승,일본 패로 보이지만 중국이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고 일본이 우는 게 우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웃는 중국은 웬지 꺼림칙하고, 우는 일본은 속으로 웃고 있다는 표현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싸움에는 전혀 끼지 않았던 미국은 앉아서 코푸는 식으로 잠재적 라이벌 중국에 타격을 준 셈입니다.

이런 시각을 담은 언론보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제가 오늘 쓴 글에 적시된 구체적 사례들은 쉽게 들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중국의 성장과 발전이 계속되는 한 한편으로는 중국과 국제사회 리더로서의 책임을 나누려 하면서도 또 다른 편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고 누르려는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는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 것이 바로 댜오위다오,센카쿠,조어도 분쟁의 이면에 담긴 국제정치적 복선이라는 얘깁니다.

*이 글은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현 브루킹스 연구소 초빙연구원)의 설명을 근간으로 했음을  말씀드립니다. 두 사람이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해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부정하고 있어 논란의 한 가운데 서있는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조어도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국제정치학자로서의 견해를 피력하는데 집중했다는 점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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