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산 고가장비는 개인물품이 아닙니다.
90년 대 말과 2000년대초 수입산 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 이른바 '다이옥신 파동'이 있었다.
유독물질인 다이옥신이 사람이 먹는 고기에서 검출됐다고 온 나라가 난리였다.
정부는 부랴부랴 다이옥신 검출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나섰고 이때 다이옥신 검출 정밀 장비가 무려 40대나 도입됐다.
1조분의 1그램까지 다이옥신을 검출할 수 있는 첨단장비.
대당 11억원이나 하는 장비를 40대나 들였왔으니 440억을 쏟아부은거다.
이제 다이옥신 고기는 대한민국에 발을 붙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운용 인력이었다. 기계는 있는데 사람이 없었다.
결국 몇년하다보니 인력이 부족해 검사 기관을 통합해야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당연히 돌아가지 않고 방치되는 장비가 생겼다.
다시 팔아치울 곳도 없고, 쓸 사람도 없으니 고철이나 다름없었다.
고철로 원래 가격의 40분의 1수준에 팔아버렸다.
아깝지만 어쩌겠나 쓸 사람이 없는데...
여기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장비 운용 능력을 파악하지 못하고 서두른 정부의 장비 도입 계획을 탓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알고보니 장비를 쓰지 않고 방치하던 그 시기에 다른 정부 연구기관에서는 똑같은 종류의 장비를 샀다.
같은 정부 연구기관끼리, 그것도 비슷한 업무를 하는 곳에서 정보 교류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거기 안 쓰는 장비 저희가 좀 씁시다." 라는 제안을 할 수도 없는 주먹구구식 운용이었다.
해당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더욱 기가막힌 얘기를 해줬다.
연구원들은 자기가 필요한 장비를 구입 신청해 쓸 수 있는데 부서가 바뀌면 그 장비는 무용지물이 될 확률이 높다는 거다.
해당 부서의 연구원이 바뀌면 새로온 사람이 기존 장비를 사용할 줄 알면 쓰고 그렇지 않으면 방치된다는 설명이다.
새로온 연구원은 다시 자기가 쓰고 싶은 장비를 새로 구입신청해서 쓴다고 한다.
이 연구원이 다시 다른 곳으로 가면 그 장비는 또다시 방치.
요즘은 인터넷에 가격 검색 기능이 잘 돼 있어 책 한권을 살 때도 1퍼센트라도 더 싼 곳, 쿠폰 하나라도 더 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내 돈 주고 사는 거니까.
정부 연구기관에 이 정도의 꼼꼼함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있는 장비라도 내 것처럼 쓰고 재활용하는 자세정도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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