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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포터] '태극소녀 신화'에서 배워야 할 10가지 덕목 (상)

김광태

입력 : 2010.09.28 14:20|수정 : 2010.09.28 15:38


20세 이하 여자대표팀이 세계 3위 성적을 기록한 데 이어 26일(한국시간) 17세 이하 여자대표팀은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두 달 사이 한국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최고 성적을 갈아치웠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불모지에 핀 꽃들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눈물을 흘렸다. 우리는 두 연령대의 소녀들의 감동 스토리에 '신화'라는 표현을 붙였다.

2002년 월드컵의 '4강 신화'가 잊힐 즈음 이 시대 소녀들이 쓴 신화. 그 속에는 현대인이 배워야 할 10가지 덕목이 스며있었다.

1. 실천

20세 이하 여자축구 대표팀이 한국을 떠날 때 얘기다. 팀의 에이스로 꼽혔던 지소연은 당시 '관심 가져달라'는 상투적인 부탁은 하지 않았다. 대신 '좋은 성적을 거둬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무모한 도전처럼 여겨졌지만, 그녀들은 아무도 관심 가져 주지 않았던 무대에서 온 힘을 다해 다부지게 싸웠다. 무모해 보였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20세 이하 태극소녀들은 승승장구하며 결국 4강에 진출해 자신들이 말 한 대로 관심을 이끌었다.

그간 케이블 채널에서만 해주던 자신들의 경기 생중계를 지상파 방송 편성까지 이끌어 냈고, 보란 듯 세계 3위를 기록한 후 귀국해 대통령에게 초청받아 청와대에 방문했다. 그녀들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실천'은 끝까지 이어졌다. 기대 이상의 국제대회 성적을 이끌며 '스타'로 떠오른 지소연은 귀국 직후 소속팀으로 돌아가 자신의 대학 소속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섰다. 그리고는 폭우 속에서도 기어코 골을 집어넣었다.

그녀는 소속팀까지 우승으로 이끌고, 국민들의 관심이 이어진 걸 확인한 그때서야 말했다. '꾸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2.자신감

17세 여자 대표팀의 여민지는 대회 전 '결승에 꼭 가겠다. 목표는 8골이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목표대로 결승도 갔고, 앞뒤 에누리 없는 8골을 넣고 우승컵과 득점왕(골든부트), 대회 MVP(골든볼)를 거머쥐었다. 그만큼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밤낮 가리지 않고 노력했고, 주변의 편견도 이겨냈다. 여기에 국제 경험을 통해 얻은 감각과 자신의 기량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대회에 임했다.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였다. 겁나는 상대라고 주눅 들거나, 싸워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일은 없었다. 20세 이하 대표들은 독일과의 4강전을 앞두고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소연은 당시 "우리가 조직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그 자신감은 분명 세계 3위 신화의 원동력 중 하나였다.17세 이하 대표들도 스페인과 4강을 앞두고 "결승까지 가겠다"며 승리 의지를 불태웠다. 20세 대표팀이 4강서 만난 독일, 17세 대표가 4강서 만난 스페인 모두 체격도, 커 온 환경도 앞선 축구 선진국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상대로 당당히 싸울 수 있었던 것은 태극소녀들이 가지고 있었던 자신감 덕분이었다.

3. 의지

의지는 이들에게 필요조건이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의지가 없었다면 영광은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 여자 선수들은 몸도 마음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훈련을 놀이로, 척박한 환경은 놀이터로, 주위의 만류는 권유로, 선입견은 응원으로 받아들였다. 그러지 않으면 견디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축구를 하겠다고 하자 강하게 만류했지만 휴대폰 배경화면에 '축구는 나의 인생'이라는 문구를 써놓은 딸을 보며 마음을 돌렸다는 이빛나 선수 어머니 사연이 눈길을 끈다.

이제는 그 뒤집혔던 속을 다시 되돌려 놓고 기쁨까지 선사한 이빛나의 이번 대회 활약은 보통 의지만으로는 있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고, 당찬 의지로 헤쳐 나온 소녀들의 길은 나약한 현대인들이 한 번 쯤 들여다보고 배울만 한 길이다.

4. 따뜻함

소녀들의 활약 뒤엔 따뜻한 이야기가 있어 더 좋았다. 아픈 어머니께 '꼭 성공해 집에 찜질방을 지어 드리고 싶었다'는 지소연의 효심과 그 꿈을 위한 노력은 대단했다. 각박해진 이 시대에서 찾기 힘든, 동화 같은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을 우리는 목격했다.

3위의 쾌거를 이루고 돌아와 '이제 그 꿈이 현실로 다가온다'고 말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 지소연을 바라본 많은 이들의 가슴은 따뜻해졌다.

   

스타 출신 감독은 아니었지만, 불운을 딛고 일찌감치 음지에서 꾸준히 공부해가며 지도자로 성장해 온 최인철 감독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대표팀 감독 재직 전 가정 형편 어려운 선수들이 많아 사재를 털어 축구단 운영에 보탠 미담도 전해졌다. '자기 돈 안 들여가며 가르치는 여자축구 감독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한국 축구계의 숨은 이야기도 좋은 국제대회 성적을 거둔 뒤에야 세상 밖에 끄집어낼 수 있었다.

척박한 환경 속 선입견을 이겨내며 묵묵히 뛰어온 소녀들, 그리고 남들 쓰는 돈 몇 배 들여가며 딸들의 '무모한 도전'을 지원해준 모든 부모의 이야기는 드라마 한 편 한 편이다.

5. 팀 정신

조금 주목 받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선수들이 많다. 특히 어릴 때 주목받은 선수라면 더욱 그런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태극 소녀들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갑작스런 주목에도 태극소녀들은 더 겸손해졌고, 자신의 공은 '팀'에 돌렸다.U-17월드컵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살 떨리는 승부차기의 마지막 키커로 나서 승부를 마무리 지은 장슬기는 경기 후 방실방실 웃으며 "한 사람이 힘들 때 다 같이 뛰어주는 희생정신이야말로 우리 팀의 강점"이라며 팀의 장점을 말했다.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한 여민지는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동료들이 잘 해 줘 내가 대신 상을 받았다'며 개인타이틀의 공까지 팀에 돌렸다. 좋은 성적을 거둔 직후 한 번쯤은 자신을 더 알리고 싶을 법한 소녀들. 하지만 소녀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팀의 힘'을 말했다.

김광태 SBS U포터 https://ublog.sbs.co.kr/collombo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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