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값이 15년 만에 최고치에 오르는 이른바 '슈퍼 엔고' 여파가 이웃 나라인 한국 경제에도 곳곳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엔고로 일본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자 일본 정부가 6년 6개월 만에 대규모 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흐름 자체가 꺾일 분위기는 아닌데요, 일반적으로 환율이 그렇듯 슈퍼 엔고도 우리에게 양면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우선 엔화 값이 높아지면서 구매력이 커진 일본인 관광객들이 점점 늘고 있는데요. 원/엔 환율은 올 상반기에 100엔당 1,200원이었는데, 지금은 석 달여 만에 1,400원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같은 100엔을 가지고 일본인들은 이제 200원 어치를 더 살 수 있는 거죠. 그만큼 한국 여행비용이나 한국 물건이 더 싸게 느껴질 겁니다.
실제 올 초 감소세를 보여온 일본인 입국자 숫자는 엔화 가치가 치솟은 지난 5월 이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덩달아 일본인 관광객 대상 유통업체나 미용업계의 매출도 살아나고 있습니다.
원/엔화 환율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11일에는 롯데면세점 하루 매출이 35억 원으로 3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추석인 일본의 추분절 연휴를 맞아서 국내에 의료관광을 오는 일본인 단체 관광객 숫자가 부쩍 늘어 여행과 의료업계도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보통 엔화 값이 뛰면 일본 업체들이 수출가격을 올리게 돼 반도체와 LCD, 자동차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업체들이 혜택을 봐야하는데요, 아직까지는 그리 엔고 효과가 우리 기업들에게 크게 다가오지 않는 편입니다.
엔화 못지 않게 원화 가치도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뛰었기 때문인데요, 실제 달러 대비 엔화 값이 지난해 초와 비교해 5.6% 정도 올랐지만, 달러 대비 원화 값은 12.9%나 올랐습니다.
여기에 일본업체들이 부품을 가급적 해외에서 들여오고, 해외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엔화 값 급등에 대처하면서 제품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 부품을 수입하는 국내 업체는 부담이 늘었고, 수입물가가 높아져 국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또, 과거 엔저 시대에 저금리로 엔화 대출을 받았던 의사, 변호사 등 자영업자나 중소업체 사장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자부담 때문에 고민이 늘고 있습니다.
7월말 현재 국내 엔화 대출 잔액이 9375억엔인데요, 100엔 당 환율이 100원만 올라도 갚을 돈은 9300억원씩 늘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상대적으로 일본 채권이 매력적이라는 판단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자금이 몰리면서 엔화 값이 뛰는 것이 최근 상승의 원인이라서 일본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엔고추세가 연말까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아 이런 슈퍼엔고의 영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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