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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시라노: 연애조작단 - 솔직함과 미안함

남상석

입력 : 2010.09.17 15:08

시라노: 연애조작단 (감독: 김현석, 주연: 엄태웅, 이민정, 최다니엘, 박신혜, 12세 관람가)



남상석의 영화이야기<시라노: 연애조작단>은 한동안 우리 극장가에 뜸하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입니다.

<광식이 동생 광태>와 <스카우트>를 통해 남자의 시점으로 사랑이야기를 '솔직함'과 '미안함'을 바닥에 깔며 재미있게 보여줬던 김현석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한층 원숙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영화 뿐 아니라 다른 예술분야에서도 그 작품을 보면 만든 사람의 성품을 엿볼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김현석  감독에 대해서 '결이 고운 사람이구나' 하다가 '결이 고왔는데 한때 산전수전 겪으며 타락했다 다시 돌아온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짝사랑에 빠져 고민하는 연애에 서툰 남자들을 상대로 사랑을 성사시켜주는 일을 하는 시라노 에이전시의 구성원들은 원래 연극을 하다가 잠시 부업으로 이 사업을 벌였는데의외로 호응이 좋아 사업규모를 계속 확장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껌을 통한 인연으로 만난 희중(이민정)을 사랑하게 된 상용(최다니엘)이 찾아오는데 희중은 업체 대표 병훈(엄태웅)의 옛 여자친구입니다.

병훈은 이번 프로젝트를 거절하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맡게되는데 사적 감정이 개입하면서 작전은 여러 가지 시련을 겪습니다.

주로 여자를 놓고 여러 가지 찌질한 짓을 하는 남자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얼핏 홍상수 감독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찌질남이 자기 고백을 통해 미안함을 느끼고 관객으로부터 연민의 감정을 이끌어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고백에서 위선적인 모습을 찾기 어렵고 꼼꼼한 심리 묘사를 통해 진심을 보여주기 때문에 공감대가 더 넓어진다는 것이죠.

솔직한 것과 솔직해 보이는 것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지만 어찌 보면 결벽증이 아닐까 할 정도로 솔직해 보입니다.

이런 성향은 결말의 방식에서도 느껴집니다.

남녀관계뿐 아니라 세상사에서 별 이상한 짓 다 해놓고 태연하게 눙쳐도 뭐라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가 인사청문회 같은데서나 재수없게 덜컥 걸리는 현실에서는 드문 일이죠.

배우들의 연기는 좋습니다.

요즘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송새벽은 초반에 등장해 시라노 에이전시의 업무를 소개하며 앞으로 영화가 재미있을 것이라는 자락을 깔아놓습니다.

인기만을 기준으로 캐스팅한 것 아닐까하는 우려가 들법한 이민정과 최다니엘, 박신혜의 연기도 기대 이상입니다.

감독의 페르소나로 보이는 엄태웅은 참 이런 역할에 딱 맞다 싶을 정도입니다.

스크린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권해효와 김지영은 개성 강한 캐릭터로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확실한 인장을 찍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가 많은 웃음을 줍니다.

잘못된 시트콤이나 코미디처럼 웃음을 주려했지만 도가 지나쳐 유치함으로 빠지는 함정을 잘 피해나갑니다.

유치해보이는 장면들이 있지만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보여주는 솔직함 때문에 영화의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여러차례 과거를 오가는 복잡한 구조를 통해 인물과 사건을 설명하는 방식도 적절한 시점에 깔끔하게 배치해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 악덕 사채업자에게 개량 한복 입히고 옷깃에 사랑의 열매까지 달아준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요.^^)